“상대가 먼저 목을 쳤는데 밀었더니 기절” 정당방위일까, 상해죄일까
“상대가 먼저 목을 쳤는데 밀었더니 기절” 정당방위일까, 상해죄일까
취객과 시비 붙어 중상해 입힌 운전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목을 친 사람을 똑같이 목 쪽을 밀었으나 상대방이 날아가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골목길에서 벌어진 한순간의 시비가 운전자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만들었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과거 폭행 전과까지 있어 A씨의 밤잠은 길어지고 있다.
클락션 한 번에 시작된 악몽, 길 막고 목부터 쳤다
사건은 평범한 저녁, 집 앞 골목길에서 시작됐다. A씨가 운전하던 차 앞으로 취객 2인이 나타나 길을 막아섰다.
가볍게 클락션을 울렸지만, 이들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두 번이나 자리를 옮겨가며 고의로 진로를 방해했다. 결국 차에서 내린 A씨가 따지기 위해 다가서는 순간, 상대방 중 한 명이 먼저 A씨의 목을 쳤다.
A씨는 방어적으로 상대의 목을 밀어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대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날아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약 10분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
A씨는 즉시 119와 112에 신고해 구호 조치를 했다. 모든 상황은 A씨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쌍방 과실로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2주 뒤 경찰서 형사로부터 진술서 작성을 위해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폭행 전과 있는데 이번에도 벌금 이상 나올까?
A씨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과거 기록이다.
그는 2023년 재물손괴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올해 초에는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비록 실제 타격 없이 주먹을 드는 시늉만으로 받은 처벌이었지만, ‘폭행’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A씨는 “동종 범죄 전력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가중 처벌을 받거나 최소 벌금 이상의 무거운 처벌이 나올까 걱정된다”며 법률 자문을 구했다.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상대가 더 크게 다쳤다는 사실이 그를 옥죄고 있었다.
내 방어는 ‘정당방위’일까, ‘과잉방어’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 사건의 최대 쟁점으로 ‘정당방위’ 성립 여부를 꼽는다. 형법 제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상대방이 먼저 목을 친 행위는 명백한 ‘부당한 침해’에 해당한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환진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으로 상대방이 먼저 길을 막고 목을 친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다면 정당방위 또는 최소한 상당한 참작 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의 방어 행위가 침해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될 경우,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되는 ‘과잉방위’가 될 수 있다.
합의하면 끝나는 ‘폭행’ vs 합의해도 처벌받는 ‘상해’
두 번째 쟁점은 A씨에게 적용될 죄명이다.
만약 단순 ‘폭행죄’가 적용된다면 길은 비교적 간단하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하지만 상대가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었던 만큼 ‘상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검사가 기소해 형사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상해죄는 합의해도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되지 않는다”면서도 “합의 여부는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선임, ‘필수’ vs ‘비용 낭비’ 누구 말이 맞나?
A씨의 고민에 대해 변호사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단순 상해폭행 사건에서 변호사 선임비를 쓰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며 “그 비용으로 최대한 합의에 힘쓰는 것이 낫다”는 현실적 조언을 내놨다.
반면 다수의 변호사는 변호사 조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이전 전과가 있어 이번 사건에서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대방의 선제공격이 명확하다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주장을 통해 형량을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수사 초기부터 전문가와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두 갈래 전략으로 모인다.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정당방위를 강력히 주장하는 동시에, 상대방과의 원만한 형사 합의를 병행해 처벌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순간의 시비가 불러온 법적 공방 속에서, A씨의 블랙박스는 그의 억울함을 풀어줄 ‘진실의 눈’이 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