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날 버리고 간 엄마…20년이 지난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소송을 하고 싶어요
어릴 때 날 버리고 간 엄마…20년이 지난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소송을 하고 싶어요
대신 양육해준 조부모가 친모에게 양육비 청구 가능
형법상 유기죄,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지만⋯
범죄 공소시효도, 채권 소멸시효도 끝나

어머니는 3살도 안 된 A씨를 버린 채 자취를 감췄다. 집에서 홀로 울고 있던 A씨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까스로 발견해 키우기 시작한 게 20년 전이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조부모 손에 자랐다.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이후 어머니는 3살도 안 된 A씨를 버린 채 자취를 감췄다. 집에서 홀로 울고 있던 A씨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까스로 발견해 키우기 시작한 게 20년 전이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의 연락처를 알게 된 A씨. 마음 깊이 반가움보다는 분노가 일었다. 어린 자식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게 어떻게든 책임을 지게 하고 싶다. 형사 처벌도 받게 하고픈 심정이다. A씨는 이런 경우 가능한 소송들이 무엇이 있는지 변호사에게 물었다.
A씨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이 가장 먼저 한 조언은 '밀린 양육비 청구'였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의 박수진 변호사는 "A씨를 대신 길러준 할아버지, 할머니가 친모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부모가 어린 자녀를 두고 가출한 경우엔, 형사상 유기죄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법률사무소 로플의 황수호 변호사는 "친모는 민법상 미성년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친부 사망으로 유일한 보호의무자가 된 친모가 3살 밖에 되지 않은 자식을 두고 집을 나갔다면 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사무소 세로의 주영재 변호사는 "부모가 어린 아이를 버리고 가출했다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두 방법 모두 현재로선 A씨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형법상 나이가 어리거나 병에 걸린 사람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제271조 제1항). 특히 A씨 친모처럼 직계존속을 유기한 경우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처벌한다(제271조 제2항).
문제는 해당 범죄(존속유기)의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설사 A씨 어머니에게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이미 20년이나 지났으니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가 친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도 이미 지난 상태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실과 그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된다고 본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지난 경우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결국 A씨로선, 조부모를 통해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