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공탁” 통보에 발칵…전세사기 피해자, 내 돈은 어디로?
“1억 공탁” 통보에 발칵…전세사기 피해자, 내 돈은 어디로?
년 소송 끝, 협회의 공탁은 ‘패소’ 아닌 ‘새로운 싸움’의 시작

전세사기 소송 중 공인중개사협회의 '공탁'은 패소 신호가 아닌 책임 한도 내에서 배상 의무를 다하려는 절차다. / AI 생성 이미지
“나름 이곳저곳에서 검색을 해 봐도, 모두 상황이 달라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2년간의 전세사기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을 코앞에 둔 피해자는 공인중개사협회의 ‘공탁’ 통보에 망연자실했다. ‘소송에서 지고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주는 건 아닐까?’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협회의 공탁이 패소의 신호탄이 아니며, 오히려 진짜 싸움이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협회의 공탁금이란 무엇이며, 복잡하게 얽힌 법적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내 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을까? 변호사 6인의 조언과 법원 판례를 통해 집중 분석했다.
협회의 ‘1억 공탁’, 패소 아닌 ‘책임 털기’ 신호탄
소송 2년 차, 판결 직전 들려온 공인중개사협회의 ‘공탁’ 소식은 피해자에게 패소의 공포를 안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협회가 법적 책임을 한도 내에서 마무리하려는 절차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협회의 공탁은 공제 한도 내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절차일 뿐, 질문자님의 권리가 상실되거나 중개사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다수의 피해 발생으로 총 배상액이 공제 한도(통상 1억 원)를 넘을 것으로 보일 때, 추가적인 지연손해금 부담을 피하고자 한도액을 법원에 맡겨 두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협회는 통상 공제한도 1억 원에 소송 기간 동안의 지연손해금을 더한 금액을 공탁한다. 실제 판례에서도 '공제한도액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합한 113,131,146원을 공탁'한 사례가 확인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16. 선고 2024나4048 판결).
즉, 협회의 공탁은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보험금 지급’ 의무를 다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중개사 책임은 그대로…“패소해도 상대 변호사비 부담 안 해”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패소 시 소송비용 폭탄’이다. 하지만 협회가 공탁을 했다고 해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에 대한 소송까지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협회의 공탁으로 인해 중개사 및 보조원에 대한 소송이 불리해지거나 패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단언했다. 공인중개사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별도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변호사 비용에 관한 것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행위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주지는 않는 것이 확립된 판례다.
인지대, 송달료 등 일부 ‘소송비용’은 부담할 수 있지만,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떠안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푸름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협회는 동일한 손해에 대해 각자 전액을 부담하는 관계이지만, 질문자님이 실제로 수령하는 총액은 실제 피해금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라며 전체적인 책임 구조를 설명했다.
진짜 싸움은 ‘돈 나누기’…“소송 안 하면 한 푼도 못 받아”
협회가 맡긴 1억 원의 공탁금, 과연 누가 어떻게 나눠 가질까? 피해자는 “만약 공탁금이 1억이고 해당되는 사람이 10명이면, 피해금액 상관없이 일괄 1000만 원씩 가져가는 건지?”라고 질문했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공제금 한도(예: 1억 원)보다 피해자들의 피해액 총액이 크면, 각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액 비율에 따라 안분(안분배당)하여 받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피해 금액이 클수록 더 많은 비율을 배당받는 구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누가’ 배당받느냐다. 김 변호사는 배당 대상에 대해 "동일 공제증서와 관련된 피해자라도 권리신고·소송 등 절차에 참여한 사람이 우선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법적 분석 역시 ‘채권자 상대적 불확지 변제공탁’의 성격을 지적하며, 협회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공제금 청구를 한 피해자만이 돈을 받을 권리(피공탁자)를 갖는다고 명시한다.
심지어 피해자들 간 배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탁금을 받기 위해 피해자들끼리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이라는 또 다른 소송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변호사들의 최종 조언 “공탁서부터 확보하고 전략 짜야”
상황이 복잡해지자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지금은 공탁서 사본을 확보한 뒤, ‘받을지, 받는다면 어떤 문구로 받을지(이의 유보 등)’를 소송 전략과 함께 맞추는 게 핵심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공탁금을 수령하면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최동준 변호사는 “복잡한 상황이므로,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더 명확한 방향을 잡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고, 같은 사무소 국진호 변호사 역시 “구체적인 법적 조언을 위해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장드립니다”라며 전문가 상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협회의 공탁은 끝이 아니다. 피해자는 공탁금을 배당받는 절차와 동시에, 공제금 한도(1억 원)를 초과하는 나머지 피해액을 중개사와 보조인 개인의 재산을 상대로 받아내기 위한 강제집행 절차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기나긴 싸움에 지쳐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