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있다' 공갈미수, 왜 5년 구형?
'영상 있다' 공갈미수, 왜 5년 구형?
피해자 전원 합의해도 실형? 변호사들 경고

성매매 영상 유포를 빌미로 한 공갈미수범에게 검찰이 이례적으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 AI 생성 이미지
성매매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허위로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다 미수에 그친 남성에게 검찰이 이례적으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전원 합의'가 실형을 피할 핵심 열쇠라고 보면서도, 합의만 믿고 있다간 실형을 면치 못할 수 있다며 사건의 법리적 쟁점과 판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돈 한 푼 못 챙겼는데…검찰의 '징역 5년' 구형, 왜?
성매매업소를 사칭해 '영상물이 있다'고 피해자 2명을 협박했지만, 실제로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A씨.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공갈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5년이나 구형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법조인들은 검찰의 중형 구형 배경을 최근 급증하는 유사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와 드러나지 않은 추가 범죄 가능성으로 분석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최근 성매매 업소에서 성관계 영상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금품을 요구한 사건으로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검사가 중형을 구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라고 설명했다.
조기현 변호사 역시 "검사가 중형을 구형한 것은 실제로 드러난 피해자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절한 정상변론을 전개하지 못하면 1년 가량의 실형은 선고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라고 경고하며, 검찰이 잠재적 추가 피해자의 존재를 의심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형 피할 열쇠 '피해자 합의', 이것까지 받아야
벼랑 끝에 몰린 A씨가 실형을 피하기 위해 잡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아줄은 '피해자와의 합의'다.
조기현 변호사는 "피해자가 두 명인데 피해자 두 명 모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습니다"라고 전망하며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합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갈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는 공소기각 사유가 아닌 형량을 낮추는 '유리한 양형' 요소로만 작용한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합의서와 더불어 피해자의 자필 '처벌불원서'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검찰 구형량이 높게 나와서 좀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합의 외에 처벌불원서까지 자필로 받으셔야 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합의해도 실형?…판례가 보여주는 마지막 관문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과거 공갈미수 사건 판례를 보면,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거나 동종 전과가 다수인 경우, 그리고 합의에 실패한 경우에는 징역 6개월에서 1년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청주지방법원 2012고단1516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고단2014 판결 등).
반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도 많다. 서울중앙지법은 유사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된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고단2293 판결), 수원지법 안산지원 역시 1,500만원에 합의한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1고단3939 판결).
결국 합의는 기본 전제일 뿐,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마지막 관문은 '정상변론'에 달려 있다. 검사 출신인 제이디 법률사무소 황재동 변호사는 "상담인의 전략대로 피해자와 합의가 최우선이되,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여 상담인의 죄질이 무겁지 않는다는 점을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서 강조할 필요성이 있어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처벌불원서와 함께 진심 어린 반성문,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제출한다면, 실형을 피하고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라며 합의 외 추가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