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넘치는데 불송치"…'나홀로 고소'의 눈물, 변호사 선임하면 뒤집힐까
"증거 넘치는데 불송치"…'나홀로 고소'의 눈물, 변호사 선임하면 뒤집힐까
법정 위증죄 고소, 경찰서 문턱에서 좌절된 시민의 호소… 법률 전문가들 "재고소 아닌 이의신청이 우선, 기억에 반하는 진술 입증이 관건"

법정 위증 고소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된 경우, 재고소 대신 '이의신청'을 통해 사건을 검찰로 보내 다시 판단받을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변호사 없어 무시당했다" 위증죄 불송치에 분통…'이의신청'으로 검찰 판단 받을 길 열려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 사람을 처벌해달라며 '넘치는 증거'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이라며 사건을 덮었다. 변호사 없이 '나홀로 고소'에 나섰다가 좌절을 맛본 한 시민의 사연이 법의 문턱에서 홀로 싸우는 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변호사 없다고 무시하나"…경찰 수사에 터진 울분
최근 한 법률 상담 플랫폼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1심 재판에서 선서하고 위증을 한 사람을 고소했다"며 입을 뗐다. A씨는 "충분하게 넘치는 위증 증거들을 다 첨부했다"고 자신했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변호사 없이 고소인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이 대충 하는 게 느껴져 속상했다"면서 "변호사 없이 와서 그런 게 너무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건강 문제 등으로 바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던 그는, 이제라도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을 해하려 한 상대를 '모해위증죄'로 처벌받게 하고 싶다며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재고소' 아닌 '이의신청'…닫힌 수사의 문을 다시 여는 법
A씨의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의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이미 고소를 진행했으므로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고, 법무법인 에스제이파트너스 옥민석 변호사 역시 "재고소가 아니라 이의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신청'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공식 절차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고소인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 경찰서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지체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즉, 경찰의 1차 판단으로 종결될 뻔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인 셈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재고소'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재고소를 할 때는 상당히 엄격한 소명이 필요한 점을 참고하시기 바란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기존과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고소할 경우, 수사기관이 사건을 가볍게 여기거나 각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반하는 거짓말"…위증죄, 생각보다 까다로운 증명의 세계
경찰의 판단을 뒤집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위증죄의 성립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위증죄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검사 출신인 서아람 변호사는 "위증의 기준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이라며 "실제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것을 착오로 증언하게 되더라도 위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증인이 '스스로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점을 고소인이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 변호사는 "위증죄 성립은 생각처럼 쉽지 않으며, 객관적이고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섣불리 결과를 장담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믿어서는 안 된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A씨가 '넘친다'고 믿는 증거들이 법리적으로 '기억에 반하는 고의적 허위 진술'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사건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단순 위증 넘어 '모해위증'으로…"상대방 해칠 목적" 입증해야
A씨는 한발 더 나아가 상대방에게 '모해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해위증죄(형법 제152조 제2항)는 형사사건 등에서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해칠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에 성립하며, 5년 이하 징역인 단순 위증죄보다 무거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A씨가 "모해 위증죄로도 충분히 엮을 수 있을 만큼 증거가 많다"고 자신하는 만큼, 이의신청 과정에서 상대방의 '해를 가하려는 목적(모해 목적)'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검찰의 기소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게임 체인저' 될 수 있나
A씨의 호소처럼, 변호사의 유무는 수사 과정과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까. 다수의 변호사는 '그렇다'고 답한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장세훈 변호사는 "이미 불송치 처분이 났었던 만큼 디테일을 챙겨주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억울함을 풀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 역시 "변호사가 함께 조사에 참여하여 경찰이 대충 수사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변호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변호사는 흩어진 증거를 법리적으로 재구성해 이의신청 이유서를 작성하고, 조사 과정에 동석해 고소인의 진술을 돕고 수사 방향이 엇나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씨의 싸움은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지 못했지만, '이의신청'이라는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남아있다.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증거와 논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어 검찰을 설득하느냐에 따라, 굳게 닫혔던 사법 정의의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