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목 감싼 10초, ADHD 시민의 '본능적 방어'는 유죄인가
경찰 목 감싼 10초, ADHD 시민의 '본능적 방어'는 유죄인가
미신고 집회서 경고 없는 체포 논란…'공무집행방해' vs '정당방위' 법정 공방

미신고 집회에서 경찰의 갑작스러운 제압에 놀라 본능적으로 경찰 목을 감싼 시민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 목 감싼 10초의 진실…'공무집행방해'인가, ADHD 시민의 '본능적 방어'인가
미신고 집회 대열에 우연히 합류했던 한 시민. 그는 어떤 구호도 외치지 않고 묵묵히 걷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경찰 여러 명이 경고 한마디 없이 몸을 덮쳤다. 그는 넘어질 듯한 공포에 질려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던 경찰의 목을 두 팔로 감쌌다고 항변한다. 이 위태로운 시간은 불과 10초였다.
결과는 혹독했다. 그는 현장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돼 차가운 유치장에서 이틀을 보내야 했다. 그의 손에는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 파일이 들려 있다. 가만히 서성이는 자신의 뒷모습을 향해 경찰들이 예고 없이 달려들어 제압하는 장면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다.
"경고 없는 체포는 폭력"…ADHD 병력, '고의 없는' 정당방위의 열쇠 되나
변호인단은 경찰 직무집행의 '적법성'부터 무너뜨린다는 전략이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하다는 대전제 아래서만 성립한다. 김경태 변호사(법률사무소 김경태)는 "불법집회라 해도 경찰은 원칙적으로 해산 명령 등 경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영상에서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참가자를 제압하는 것은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못 박았다.
법원이 경찰의 체포를 위법으로 판단하면, 시민의 저항은 범죄가 아닌 부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로 인정될 길이 열린다. 여기에 그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병력은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하는 핵심 열쇠다. 갑작스러운 신체 위협에 일반인보다 크게 당황해, 이성적 판단이 아닌 통제 불능의 본능으로 방어했다는 주장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ADHD 상태가 갑작스러운 신체 제압에 대한 본능적 방어 행동을 유발했다면, 공무집행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범도 실형" vs "무죄 가능"…살얼음판 위 법조계의 엇갈린 저울질
하지만 법원의 문턱은 결코 낮지 않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국가 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돼 매우 엄하게 처벌된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우리 검찰과 법원은 출동 경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폭행이 동반되면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필승) 역시 "초범이어도 검사는 실형을 구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리한 무죄 주장 대신, 혐의를 인정하고 양형자료를 통해 선처를 구하는 현실적 전략을 제시했다.
한 시민의 '본능적 방어'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가를 이번 재판은, 국가 공권력의 한계와 시민의 저항권이 충돌하는 바로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