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SNS 속 '전애인 영상'…침묵과 신고 사이, 당신의 선택은?
친구의 SNS 속 '전애인 영상'…침묵과 신고 사이, 당신의 선택은?
법조계 “촬영 동의≠유포 동의, 제3자 신고만으로도 처벌 가능”…디지털 성범죄, 목격자의 용기가 범죄를 멈춘다

비공개 SNS에 전 연인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목격자 신고만으로도 처벌 가능한 중범죄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비공개 계정인데 뭐 어때” 친구의 자랑이 범죄가 되는 순간, 당신은 침묵할 것인가
친한 친구의 SNS 비공개 계정에 충격적인 영상이 올라왔다. 전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이었다. 심지어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글까지 덧붙였다. 영상은 며칠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목격한 이의 머릿속에 새겨진 끔찍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영상 유포자 A씨는 태연했다. “사귈 때 서로 합의하고 올린 것”이라며 “오히려 상대가 더 좋아했다”고 주변에 자랑처럼 떠벌렸다.
하지만 영상을 본 목격자의 마음속에는 의심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이게 정말 괜찮은 일일까?' 비공개 계정이었고, 영상도 이미 지워졌다. 피해자도 아닌 내가 나서는 게 맞을까. 고민은 깊어졌다.
망설임 끝에 찾아본 법률 전문가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망설이지 말고 신고하라.” 변호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았다. 피해자가 보복이나 2차 가해를 두려워해 침묵하는 사이, 목격자의 용기 있는 신고가 범죄의 사슬을 끊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유포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는 ‘비친고죄’다. 이는 마치 길에서 벌어지는 폭행을 목격한 누구든 신고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디지털 성범죄라는 ‘보이지 않는 폭행’ 역시, 목격자의 신고만으로 수사의 문을 열 수 있다.
“삭제하면 끝 아니냐”는 가해자의 착각은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황휘건 변호사는 “SNS 서버에는 삭제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발자국’은 수사기관의 요청 한 번에 범죄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 삭제 행위는 반성이 아닌, 증거인멸 시도라는 또 다른 괘씸죄를 더할 뿐이다.
가해자의 마지막 방패막이인 ‘합의’ 주장도 법정에서는 쉽게 깨진다. 법원은 ‘촬영에 대한 동의’와 ‘유포에 대한 동의’를 완전히 다른 저울에 놓고 판단한다. 손병구 변호사는 “촬영 당시 동의했더라도, 헤어진 연인의 영상을 퍼뜨리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선을 그었다. 성폭력처벌법은 이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중범죄로 규정한다.
결국 친구의 위험한 자랑을 목격한 제3자의 신고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이는 ‘촬영 동의가 유포 동의는 아니다’라는 사회적 경고이자,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향한 가장 강력한 연대의 손길이다. 당신의 침묵이 범죄를 키우고, 당신의 용기가 누군가를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