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감된 연인 주려고 부하에게 포켓몬 카드 구해오라 지시한 경찰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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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감된 연인 주려고 부하에게 포켓몬 카드 구해오라 지시한 경찰 간부

2025. 09. 12 15:5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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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 근무지 무단이탈에 교도소 입맞춤까지

30년 경력 경찰 간부가 연인 면회와 갑질 등 비위로 해임됐다. /셔터스톡

30년 경력의 경찰 간부가 해임됐다. 그의 징계 사유서에는 수감된 연인을 위한 21번의 근무지 무단이탈, 부하 직원을 향한 낯부끄러운 갑질, 심지어 사건 개입 시도까지 담겨 있었다. 법원은 그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1990년 순경으로 시작해 30년 넘게 경찰에 몸담았던 A경정. 그는 울산경찰청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의 공직 생활은 24억 원대 사기 혐의로 수감된 연인 B씨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경찰서는 그녀를 위한 '개인 비서실'이었다

A경정의 비위는 연인 B씨가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2022년 7월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B씨를 만나기 위해 근무지인 울산을 무단으로 이탈해 왕복 3시간 거리의 창원교도소를 근무시간 중 21차례나 다녀왔다.


그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경정은 부하 직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렸다.


자신의 병원, 백화점 방문 등 개인 용무에 관용차와 부하 직원을 운전기사로 동원했고, 자신이 들어야 할 사이버 교육을 부하 직원에게 대신 수강하도록 했다.


가장 황당한 지시는 '포켓몬 카드'였다. 그는 B씨의 10살짜리 딸을 위해 부하 직원에게 포켓몬 카드를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B씨에게 영치금을 보내거나, B씨 사기 사건의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동원했다.


그는 법정에서 "부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호의를 베푼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 행위로 판단했다.


선 넘은 사랑…교도소 입맞춤부터 사건 개입까지

A경정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경찰이라는 신분을 자신의 사적인 연애를 위해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그는 2023년 1월, 교도관이 지켜보는 특별면회실에서 B씨와 입을 맞추는 등 스킨십을 하고, 이를 제지하는 교도관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또한, B씨가 유치장에 있을 당시, 규정에 없는 외부 면회를 시켜달라며 담당 경찰관에게 "내가 형사 경력만 30년인데 이 정도쯤은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무리한 요구를 지속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경제사범 수사를 총괄하는 부서장임에도 불구하고 B씨의 사기 피해자를 직접 만나 합의를 시도한 정황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내가 공무원인데, 나를 봐서 좀 도와줘라. 당신 나 알아서 나쁠 거 없지 않느냐. 내가 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 얼마 줄 테니 도와주라."


재판부는 이를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으로, 공직 사회 전체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 "해임은 정당하다"

A경정은 "이혼 상태였기에 불건전 교제가 아니었고, 일부 행위는 부하들의 호의였다"며 해임이 과하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그의 주장 일부(불건전 이성교제 혐의)는 받아들였지만, 인정되는 나머지 비위 행위만으로도 해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다수의 경찰공무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지위에 있었고 더욱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원고에게 경찰공무원의 지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 해임에 처한 이 사건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참고]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85635 판결문 (2025. 5. 15.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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