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없다" 가해자 공탁 시도, 신상 털릴까?
"합의는 없다" 가해자 공탁 시도, 신상 털릴까?
"공탁금 내겠다"며 개인정보 요구…준강간 피해자의 법정 사투

가명으로 수사받던 준강간 피해자가 가해자 측의 '형사 공탁'을 위한 개인정보 요구에 신상 노출 공포를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합의할 생각 없습니다." 여러 차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가해자 측은 '형사 공탁'을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가명으로 수사받은 준강간 피해자는 2심 재판 과정에서 신상이 노출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신상 노출 위험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가해자 엄벌과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공탁금 내겠다" 미끼로 개인정보 요구…'가명수사' 무력화되나
준강간 피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A씨는 현재 가해자와의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A씨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가해자 측의 집요한 합의 시도다. 가해자 변호사는 감형을 노리고 피해 회복 노력을 보였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형사 공탁' 제도를 이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A씨의 이름, 주소 등 개인정보 열람을 법원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
수사 단계부터 신상 비공개를 위해 가명으로 조사를 받았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정보가 가해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법조계 "거부하면 노출 위험 없어…'의사 확인 요청' 무시해도 돼"
A씨의 공포와 달리, 법률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신상 노출 위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가나다 신한솔 변호사는 "합의의사가 없음을 밝힐 경우 인적사항은 드러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고,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합의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면 인적사항은 비공개로 유지되며 신상이 노출될 위험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성범죄 피해자는 법적으로 강력한 신상 정보 보호를 받으며, 특히 가명 수사를 받은 경우 법원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가해자 측이 제출한 '피해자 의사 확인 요청서' 역시 합의 의사를 떠보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A씨가 무시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끝나지 않는 재판, '엄벌 탄원서' 효과 있을까?
어느덧 네 번째 공판. 끝이 보이지 않는 재판 과정에 지친 A씨는 엄벌 탄원서 제출이 효과가 있을지, 언제까지 낼 수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한 없이, 꾸준히'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엄벌탄원서는 자주 내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했고, 다수의 변호사들이 판결 선고 전까지 제한 없이 제출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증할 '정신과 진단서'를 탄원서에 첨부하면 피해의 심각성을 재판부에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다만, 제출 시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엄벌 요청 이유를 명확히 기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변호사, 지금이라도 선임해야…형사 넘어 민사까지 대비를"
2심 재판 막바지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실익이 있을까. 일부 변호사들은 변론 종결이 임박했다면 형사 재판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변호사 선임입니다"라고 강력히 권하며, 가해자 측의 공탁 시도 등 법적 공방에 전문가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법률구조공단이나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무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나아가 다수의 변호사들은 형사 재판과 별개로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을 확보해야 가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승소 시 변호사 선임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형사 처벌을 넘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선 별도의 민사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