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의 작별이라는 불가능한 환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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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의 작별이라는 불가능한 환상에 관하여

2022. 06. 29 17:5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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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둘러싸고 경찰과 검찰은 충돌만 거듭할 것이라는 '작별의 환상'이 생겨난다. 하지만 분업의 당연한 결론이 갈등과 비협조라면, 현대 사회는 아마도 이미 오래전에 붕괴했을 것이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서울경찰 블로그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둘러싸고, 경찰은 침묵의 총알받이 노릇을 했다. 검찰 개혁 논의임에도 경찰 권한의 비대화가 쟁점이 되었고, 동시에 경찰의 수사 역량은 자극적으로 폄하되었다. 특히, 법률 개정으로 경찰과 검찰의 협력이 저해될 것이라는 주장도 자주 언급되었다. 이런 주장들은 보통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두 기관이 따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관점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 결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경찰과 검찰은 충돌만 거듭할 것이라는 '작별의 환상'이 생겨난다.


분업의 당연한 결론이 갈등과 비협조라면, 현대 사회는 아마도 이미 오래전에 붕괴했을 것이다. 사회학자인 뒤르켐이 지적했듯, 분업은 공동체를 해체하는 듯 보이지만 기능적 상호의존이 촉발하는 새로운 차원의 연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기적 연대를 통해 동질성을 잃어버린 사회가 유지될 수 있고, 심지어 더 견고할 수 있다. 즉, 분업은 비협조와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그 반대로 연대와 협력을 만들고 결속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가 뒤르켐이 살던 시대보다도 더 복잡해진 오늘날에도 굳건히 존속하는 현대 사회이다.


작별의 환상은 '수사 지휘'의 향수와도 관계가 있다. 과거의 수사 지휘를 협력의 모범으로 보는 관점은, 아마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협력 저해의 극단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지휘-복종 관계는 협력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복종이 강제된 지휘는 '부장님만 즐거운 회식'처럼 주체성을 잃게 하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상 역할을 통일시켜 분업 관계를 해소한다. 분업과 주체성이 상실된 관계는 기능적 상호의존과 협력을 만들기 어렵다. 수사 지휘가 협력의 모범이 아니라는 점은, 수사 지휘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키워진 경·검의 갈등에서도 알 수 있다.


협력과 연대는 동등한 분업 관계가 창출하는 것이며, 수사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사례를 보라. 경찰에게 고용노동부와의 수사 협력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협력은 필요했지만, 검찰이 경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사건을 각각 송치받아 '알아서' 통일시킬 수 있었으므로 협력은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가 제한되고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물론 검찰까지 포함한 3자의 협력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었다. 3자 수사협의체가 구성되었고, 수사단계에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합동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였다. 1차 수사 종결 이후에는 검찰을 중심으로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한 협력관계도 발전시켰다.


경찰과 검찰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기관들이다. 경찰 수사는 검찰의 기소로 이어져야만 범죄자의 처벌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수사와 기소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분리되더라도 수사관이 기소권자와의 협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검찰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일 때에도 영장청구권을 통해 강제수사를 차단할 수 있는 등 강력한 통제 권한이 있다. 그러니 경찰관은 수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검사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을 것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될수록 협력은 오히려 절실해진다. 경찰과 검찰이 저마다 수사할 수 있다면, 협력에 신경쓸 것 없이 수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게 된다면, 범죄자의 처벌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양 기관의 협력은 불가결한 것이 된다. 기능적 상호의존은 감정을 배제한 협력, 심지어 적대적 제휴도 가능케 하는 힘이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담보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가져올 수많은 협력의 가능성을 외면한 채, 경찰과 검찰의 불가능한 작별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업이 산업사회를 이끌었듯, 경찰과 검찰의 각자 주체성은 새로운 차원의 건강한 협력과 더 나은 수사 서비스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 수사 지휘에 대한 향수를 이겨내고, 대등한 협력관계가 열어줄 미래에 주목하여 더 나은 수사의 시대로 나아갈 때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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