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에 써" 돈 주더니,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친구⋯법은 어떻게 판단할까
"필요한 곳에 써" 돈 주더니,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친구⋯법은 어떻게 판단할까
변호사들도 의견 엇갈려⋯"안 돌려줘도 된다"는 의견 우세

친구가 "필요한 곳에 쓰라"며 보내준 돈. "안 갚아도 된다"고 말하더니 이젠 "다시 돌려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 법은 어떻게 판단할까. /셔터스톡
"괜찮아. 그냥 필요한 데 써."
A씨는 얼마 전 통화를 하다가 친구의 주식 투자 '대박' 소식을 들었다. 친구 B씨는 "돈을 많이 벌었다"며 자랑을 했다. 부러운 마음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크게 쏘라"며 축하 후 넘어갔는데, 얼마 뒤 친구에게 돈이 입금됐다.
자그마치 200만원. 큰돈이 입금이 되자 A씨는 깜짝 놀라 연락했다. B씨는 "잘 쓰라"며 '쿨'한 반응이었다. 이에 A씨는 그 말대로 자신이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했다.
그런데 한 달 뒤. B씨가 갑자기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시에 "안 갚아도 된다"고 하더니 말을 바꾼 것. 이전에도 "갚겠다"는 A씨의 제안을 거절했었던 B씨. 자꾸 오락가락하는 그가 이해가 안 간다.
이에 변호사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돈을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의견과 "친구에게 돈을 다시 돌려줘야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었다.
변호사들 친구가 A씨에게 준 돈을 대여금이 아닌 증여로 봤다. 설사 친구가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해도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액이라 소송까지 갈 확률은 낮지만, 법으로 따져보면 "그렇다"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친구가 A씨에게 보낸 돈을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증거는 친구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대여가 되려면 변제기(돈을 갚을 시기)나 이자의 약정이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차용증 등도 필요한데, A씨의 경우에는 그런 근거가 전혀 없어 증여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방 변호사는 말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도 "대여금 반환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이번 사건의 경우 '친구 B씨')는 △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된 사실 △금전을 상대방에게 지급한 사실 △해당 금전의 성격이 증여가 아니라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 역시 "B씨가 대여 사실과 대여 금액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로 인정돼, A씨가 돈을 돌려줄 의무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 변호사는 "만약 B씨가 준 돈을 대여로 본다 해도, A씨에게 '안 갚아도 된다' 고 말한 것이 청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B씨에게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보는 변호사도 있다.
'변호사 이현웅 법률사무소'의 이현웅 변호사는 "일단 증여인지 대여인지 여부는 계약서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즉, 차용증 같은 서류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증여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법무법인 서울의 김차근 변호사는 B씨가 A씨에게 준 돈이 증여라고 할지라도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민법 제555조('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와 해제)는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안의 경우 증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기에,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