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머플러 두 번 썼다가 전과자 될 판…'비싼 것인 줄 몰랐어요'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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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 머플러 두 번 썼다가 전과자 될 판…'비싼 것인 줄 몰랐어요' 항변

2025. 09. 18 10:2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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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합의와 반성문이 운명 가를 것...초범이라면 기소유예 가능성 높아'

A씨가 길에서 주운 머플러를 2차례 착용했다가 전과 위기에 놓였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길에서 주운 40만원 머플러, 두 번 썼다가 '점유이탈물횡령죄' 피의자로... 전과 위기 놓인 A씨의 사연


"잘못하면 전과까지 남을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길에서 주운 40만원 상당의 머플러를 두어 번 착용했다가 점유이탈물횡령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A씨의 하소연이다. 검찰 처분에 따라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가 그의 말을 무겁게 짓눌렀다.


'단순히 주웠을 뿐인데'... 45일 만에 범죄자로 몰린 사연


사건의 시작은 45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길을 걷다 우연히 머플러 하나를 주웠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1~2회 직접 착용하기도 했다.


그는 머플러가 고가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누군가 분실한 머플러를 가져갔다는 혐의, 즉 점유이탈물횡령죄(타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가로채는 범죄)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머플러를 주운 사실을 잊고 있었다"며 "그렇게 비싼 물건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줍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심지어 억울한 마음에 초기 조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전과'가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자신의 섣부른 대응을 후회하며 법률 전문가를 찾았다.


'합의 없다' 진술, 되돌릴 수 없나? 변호사들의 조언은


A씨가 가장 후회하는 대목은 '합의 의사 없음' 진술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아직 기회가 있다고 조언한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범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님)이므로,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다. 그러나 합의는 검사의 최종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한 법무법인의 조기현 변호사는 "합의 의사가 없다는 진술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이라도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단계에서 뱉은 말이 최종 결론은 아니라는 의미다. 늦게라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를 복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과 기록 피하려면? '기소유예' 향한 마지막 기회


A씨의 가장 큰 목표는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실상의 유일한 길은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이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나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당연히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기소유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입을 모은다. 40만원이라는 피해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고, A씨가 초범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의 이성준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진심이 담긴 반성문 제출, 수사 과정에서의 협조적인 태도 이 세 가지가 기소유예를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로부터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한 처벌불원서를 받아 제출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단순 천 조가리'가 아니었던 이유…'불법영득의사'의 무게


A씨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법의 잣대는 냉정하다. 점유이탈물횡령죄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 즉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사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생각이다. 법원은 물건을 즉시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하거나, A씨처럼 직접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영득의사가 표현된 것으로 본다.


'고가인 줄 몰랐다'는 주장 역시 이 의사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물건의 가치를 몰랐더라도, 타인의 분실물을 정당한 절차 없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A씨의 행동은 법적으로 '횡령'의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공은 A씨에게 넘어왔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는 길을 택할 것인가. 그의 선택에 따라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으로 종결될 수도, 혹은 법원의 '벌금형' 판결로 전과 기록에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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