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 있었을 뿐인데…'불법촬영물 유포' 공범으로 몰린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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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 있었을 뿐인데…'불법촬영물 유포' 공범으로 몰린 20대

2025. 10. 14 16:4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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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진술 한마디에 뒤바뀌는 운명…법조계 “섣부른 휴대폰 제출은 덫”

6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불법촬영물이 하나 올라온 뒤 1년후, 검찰은 영상을 본 A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친구 따라 검찰청 가다 피의자 될라, '눈팅'만 한 당신도 공범일 수 있다


단톡방에 올라온 불법 촬영물 하나. 1년 뒤, 검찰은 영상을 본 당신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평범한 20대 직장인 A씨의 세상은 검찰 수사관의 전화 한 통으로 송두리째 흔들렸다. “확인할 게 있으니 출석하라”는 차분한 목소리 뒤에 이어진 “휴대폰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말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영상 올린 건 친구, 소환장은 나에게?”


사건의 시작은 2~3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 6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이었다. 바쁜 일상에 단톡방 대화는 거의 읽기만 하던 A씨. 문제의 영상이 올라왔을 때도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사진을 저장하거나 다른 곳에 공유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그는 강하게 항변했다.


영상을 올린 친구는 결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반포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처벌을 앞뒀다.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검찰의 칼날은 단톡방에 있던 모두를 향했다. A씨처럼 단톡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친구들 역시 같은 날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불안감을 공포로 바꿨다.


“'참고인'은 시작일 뿐, 당신은 이미 '예비 피의자'”


A씨의 현재 법적 신분은 '참고인'. 수사에 참고가 될 만한 진술을 해줄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법조 전문가들은 이 신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경고한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는 “이런 경우가 바로 ‘피의자성 참고인’, 즉 사실상 예비 피의자”라며 “수사기관에 출석해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신분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단톡방 참여자 전원을 부른 것은 영상 유포의 '공범'이나 불법 촬영물을 내려받아 '소지'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한 그물망식 수사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해서 말하거나, 범행을 저지른 친구를 두둔하는 듯한 진술은 검찰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폰 한번 봅시다', 수사관의 그 말 믿어도 될까”


A씨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휴대폰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수사관의 말이다. 이는 법원의 영장 없이 이뤄지는 '임의제출' 요구다. 당사자가 동의해야만 가능하지만, 수사관 앞에서는 사실상 거절하기 힘든 압박으로 다가온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간단히 확인만 하겠다'는 말과 달리, 실제로는 디지털 포렌식 등 정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제출 전에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혐의가 없다면 당당히 제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임시 저장된 캐시 파일이나 삭제된 기록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임의제출'은 결백을 증명할 기회인 동시에, 스스로를 옭아맬 덫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본 것'과 '가진 것'의 차이, 징역 3년 가르는 기준”


결국 A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은 ‘소지’ 여부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불법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순히 단톡방에서 스크롤을 내리다 스쳐 지나간 것과, 영상을 내려받거나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하늘과 땅 차이다.


법무법인 서한 최원재 변호사는 “불법촬영물 공유에 동조하는 대화 기록이 있거나, 적극적으로 시청한 정황이 있다면 소지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다'라는 변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해당 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었다면, 시청만으로도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법조계는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첫 조사부터 변호사와 동행해 법적 권리를 제대로 방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 무심코 누른 '참여' 버튼 하나가 당신의 인생을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있다. 단톡방 속 침묵이 더는 면죄부가 되지 못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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