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아이스크림 1위 포장 따라한 후발주자, 제조·판매 금지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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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아이스크림 1위 포장 따라한 후발주자, 제조·판매 금지 명령

2025. 12. 16 10:2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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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조합'은 보호 대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온 멜론 맛 아이스크림 '메로나'의 포장 디자인을 모방한 후발주자 제품 '메론바'가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법원은 아이스크림 포장에 과일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축적된 '종합적인 이미지'를 모방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5-2민사부(재판장 김대현)는 원고 빙그레가 피고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2024나2052176)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025년 8월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서주에게 해당 포장을 사용한 제품의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보관 중인 완제품과 포장지를 모두 폐기할 것을 명령했다.


30년 원조 '메로나' vs 디자인 변경한 후발주자 '메론바'

원고 빙그레는 1992년 멜론 맛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출시한 이래 30년 넘게 제조·판매해 왔다. 특히 2004년부터는 연녹색 배경, 굵은 고딕형 서체의 제품명 배치, 좌우의 멜론 사진 등 현재와 거의 동일한 포장 디자인을 확립해 사용해 왔다. '메로나' 제품은 국내 '아이스크림 바'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반면, 피고 서주는 2014년 타사로부터 '메론바' 제품에 대한 사업권을 인수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문제가 된 것은 2017년 이후다. 서주는 2017년 2월경 기존 포장을 변경했는데, 변경된 디자인은 연녹색 바탕, 제품명의 위치, 멜론 이미지의 배치 등이 원고의 '메로나' 제품과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 이후 서주는 2018년과 2023년에도 포장을 일부 수정했으나, 전체적인 인상은 여전히 '메로나' 제품과 흡사했다.


이에 빙그레는 서주의 행위가 주지성 있는 상품 표지를 모방하여 소비자의 혼동을 유발하는 부정경쟁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주는 "과일 맛 아이스크림에 그 과일의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디자인 유사성을 부인했다.


"색상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조합'은 보호 대상"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즉 제품의 포장·용기 등이 갖는 '종합적인 이미지'가 법적 보호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개별 요소(색상, 사진 등)는 공공의 영역에 속할 수 있으나, 이것들이 결합된 '전체적인 외관'은 보호받아야 할 상품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멜론 맛 아이스크림 포장에 멜론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흔하지만, 피고 포장은 바탕색의 명도와 채도까지 원고 제품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품명을 포장 중앙에 크게 배치하고 ▲좌우에 멜론 사진을 배치하며 ▲제품명 하단에 노란 줄무늬를 넣는 등 세부적인 구성 요소들의 결합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고 봤다.


이는 2005년 원고 빙그레가 타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당시 법원은 포장 변경이 잦았다는 이유로 주지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재판부는 "2004년 이후 20년 가까이 일관된 이미지를 사용하여 식별력을 획득했다"며 상황이 달라졌음을 명확히 했다.


"소비자 93%가 포장만 보고 제품 인식... 혼동 가능성 명백"

재판부는 소비자가 실제로 두 제품을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설문조사 결과를 주요 근거로 채택했다.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제품명을 가린 채 '메로나' 제품의 포장 이미지만 보여주었을 때 응답자의 93%가 해당 제품을 인지했다. 반면, 두 제품의 포장을 비교해서 보여주었을 때 응답자의 79.2%는 "포장이 유사하여 잘못 구매하거나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원은 아이스크림이 가격이 저렴하고 구매 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저관여 상품'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소비자가 매번 제품명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포장의 전체적인 인상에 의존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 실제로 온라인상에 "메로나인 줄 알고 샀는데 메론바였다"는 소비자 경험담이 다수 존재하는 점을 지적했다.


매출 격차와 편승 의도

피고 서주의 '편승 의도(악의)' 또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포장 변경 전인 2016년, 원고 '메로나' 제품의 매출은 약 732억 원이었던 반면, 피고 '메론바' 제품의 매출은 약 1억 9,000만 원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서주가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메로나' 제품과 유사한 형태로 포장을 변경한 시점과 그 이후의 매출 변화 추이를 볼 때, 원고 제품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상당히 의심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서주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으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써 서주는 현재 보관 중인 제품과 포장지를 전량 폐기해야 하며, 해당 디자인을 사용한 제품의 수출입 및 전시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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