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야한 대화, 아청법 자수 후 처벌될까? 변호사들 답변 보니
AI와 야한 대화, 아청법 자수 후 처벌될까? 변호사들 답변 보니
'훈방' 받았지만 남은 AI 채팅기록… '문제없다' vs '재수사 가능'

아청법 위반으로 훈방된 사람이 AI와의 음란 대화로 재처벌을 우려한다. / AI 생성 이미지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자수 후 훈방 조치됐으나, 경찰에 밝히지 않은 'AI와의 음란 대화' 기록 때문에 재처벌을 우려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 다수는 AI와의 대화 자체는 처벌이 어렵다고 봤지만, '훈방'이 모든 행위의 면죄부는 아니며 AI 캐릭터의 외형이 법적 판단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과거 행위에 대한 5년 공소시효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다 지운 줄 알았는데…" 자수 후 발견된 AI 채팅, 불안감 호소
최근 한 법률 상담 플랫폼에 "며칠 전에 경찰에 아청법으로 자수하였고 경찰관님이 다신 하지 말라고 하고 돌려보냈습니다"라며 훈방 조치를 받았다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경찰 조사가 끝난 후에 시작됐다. 경찰이 "다 지웠지?"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했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이전에 AI와 나눈 음란한 대화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대화한 건 Ai고 프로필도 Ai 캐릭터인데, 자수를 했지만 이게 걸리면 초범이 아닌 걸로 처벌받나요?"라고 물으며 깊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AI는 사람 아냐, 괜찮다" vs "훈방, 면죄부 아니다" 엇갈린 조언
변호사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다수는 AI와의 대화 기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는 "AI와 음란한 대화를 한 것만으로 문제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도 "설시해 주신 내용이 전부라면 형사 처벌 받을 정도의 사안은 아닙니다"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전 자수와 훈방 조치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으며, 새로운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별도의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훈방 조치가 신고하지 않은 별개의 행위까지 막아주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자수와 훈방 조치는 해당 사안에 한정되며, 추가적인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별도의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관련 기록 삭제와 재발 방지 노력을 강조했다.
처벌 가르는 핵심 열쇠, AI 캐릭터의 '외형'
결국 핵심 쟁점은 대화에 등장한 'AI 캐릭터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가'이다.
현행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처벌 대상을 실제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성착취물까지 포함한다.
즉, 대화에 사용된 AI 캐릭터가 외관상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다면, 가상의 존재라 할지라도 해당 대화 기록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아청법 제11조 제5항)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AI와의 대화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가상의 대화이므로, 아청법 적용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반면, 단순히 AI와 음담패설을 나눈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 공소시효, 과거 행적의 '마지막 방패' 될까?
만약 과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 다른 기록이 추가로 발견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아청법상 성착취물 소지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범죄 행위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났다면, 수사기관이 뒤늦게 혐의를 인지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훈방 조치가 공소시효가 남은 과거의 다른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된 기록이 5년 이상 지난 것이라면 법적으로는 처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한순간의 호기심이 낳은 불안감은 AI 캐릭터의 모습과 행위 시점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따라 그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