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졸혼합시다”…그런데 합의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지?
“우리 이제 졸혼합시다”…그런데 합의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지?
졸혼의 법적 효력은 아직 확립된 게 없어
경제적으로 공동재산에 대한 각자의 소비와 재산처분의 한계 명확히 해야
정조 문제에 관한 약정도 중요…법원은 졸혼으로 인한 면책을 인정하지 않아

아직 어린 자녀들 때문에 이혼은 못하겠고, 대신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 졸혼을 하기로 한 A씨 부부 . 그러려면 합의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셔터스톡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 둘을 두고 있는 A씨 부부가 이혼을 협의했다. 하지만 자녀들의 반대가 너무 심해 당장은 이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부부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졸혼 관계로 산 뒤, 이혼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졸혼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받으려고 보니 막막하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약정해야 할지, 또 그 내용이 법리에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A씨가 변호사 도움을 요청했다.
졸혼(卒婚)은 법적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하며, 부부 합의로 이루어진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쓴 책 <졸혼을 권함>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변호사들은 졸혼의 법적 효력은 아직 확립된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졸혼을 위해 부부가 반드시 합의해야 할 사항으로 경제와 정조 문제를 꼽았다.
법률사무소 HY 황미옥 변호사는 “졸혼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문제와 정조 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합의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문제와 관련해 “아직 공동재산 상태인 만큼 각자의 소비와 재산처분의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새올법률사무소 이현곤 변호사는 “졸혼에 대한 법적 효력은 아직 확립된 것이 없다”며 “합의서를 작성하고자 한다면 먼저 재산분배에 관한 내용과 생활비에 관한 내용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졸혼하면서 재산분배에 합의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혼인 기간 중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위자료 등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혼이 진행될 때 어느 한쪽이 합의서의 효력을 부정하면 공증 유무에 관계없이 합의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정조 문제에 관한 합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질적으로 두 사람이 ‘결혼을 졸업’했어도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로 돼 있기에, 정조 문제에 대한 합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황미옥 변호사는 “정조 문제에 관한 약정도 중요해 보인다”며 “졸혼이 법률적으로 인정된 개념은 아닌 터라, 아직 이혼신고를 마치지 않은 이상 혼인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판례는 아직 졸혼으로 인한 면책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만약 부부간 정조의무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합의서를 참조 사정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변호사들은 졸혼이 법적으로 인정된 개념이 아닌 만큼, 합의서 작성 때 변호사 도움을 받도록 권한다.
이현곤 변호사는 “합의 내용이 중요하므로 합의서 작성 때 변호사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향후 이혼이 진행된다면 합의서 내용이 재판에서 참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현 변호사도 “합의서는 공증받든 안 받든 양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합치되고 이에 대한 서명 날인이 있으면 효력이 발생한다”며 “A씨가 배우자와 졸혼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변호사 조력 하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마친 후 서명날인하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