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가자' 농담에 경찰 소환
'러브호텔 가자' 농담에 경찰 소환
언어교환앱 대화, 통매음 고소…“맥락이 관건”

언어교환 앱에서 만난 일본 여성에게 성적인 농담을 건넨 남성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 AI 생성 이미지
“데이트 좋다고 해서 농담한 건데…” 언어교환앱에서 만난 일본 여성에게 '러브호텔', '엣지' 등 성적인 표현을 건넸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성범죄자가 될 위기에 놓인 남성의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 여부가 대화의 '전체 맥락'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가벼운 농담이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통신매체 이용음란죄의 성립 요건과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러브호텔 가자"…돌아온 건 경찰의 전화
사건의 발단은 언어교환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한 남성은 앱에서 매칭된 일본인 여성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농담을 하는 사이가 됐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남성은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했고, 여성은 "좋다"고 화답했다.
이에 고무된 남성은 "밥 먹고 러브호텔에 가자"고 제안했다. 여성은 "ㅋㅋㅋㅋㅋㅋㅋ 안 가"라고 답했다. 대화는 이어졌다. 남성이 "사귀면 엣지(성적 행위) 많이 해야지"라고 말하자 여성은 "ㅋㅋ"라고 답했고, 남성은 "엣지 싫어?"라고 되물었다.
평범한 '썸'으로 보이는 대화는 하루아침에 악몽이 됐다. 다음 날, 자신을 여성의 대리인이라고 밝힌 한국 남성에게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곧이어 경찰관에게서 실제 출석 요구 전화까지 받게 된 것이다.
남성은 "데이트를 하겠다고 이야기해서 그런 부분까지 생각을 했던 건데…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적 목적' 있었나…쌍방 소통 vs 일방 희롱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의 성립 여부를 꼽는다.
법무법인 명중의 임승빈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표현을, 상대의 의사에 반해 성적 목적으로 보냈는지가 핵심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단순히 성적인 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과 '상대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로웰의 김훈희 변호사는 "특히 상대방이 먼저 '데이트 좋다'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고, 질문자님의 발언이 일방적인 음란사진 전송이나 지속적인 성희롱이 아니라 대화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불송치 또는 불기소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짚었다.
반면, 불리한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정묵 변호사는 "불리한 부분은 상대가 '러브호텔은 안 간다'고 한 뒤에도 '사귀면 엣지 많이 해야지', '엣지 싫어?'라고 성적 대화를 이어간 점입니다. 상대가 거절 의사를 보였다고 해석되면, 수사기관은 불쾌감을 유발한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캡처 없다면 불리"…변호사들 "전체 대화 복원이 관건"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대화의 전체 맥락'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성이 채팅 내용을 캡처하지 못해 불리한 상황에서, 고소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해 제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고소인이 제출한 일부 캡처본에 의존해 사건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전체 대화 맥락이 연인 관계를 전제로 한 호감의 표현이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라는 경고도 잇따랐다. 법률사무소 도결의 이환진 변호사는 "경찰 연락을 받은 이상 진술 하나하나가 중요하므로, 감정적으로 해명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정리해 일관되게 설명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을 '대리인'이라 칭하는 인물과의 접촉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김정묵 변호사는 "한국 남성이 '대리인'이라며 연락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정식 변호사인지, 위임장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전에는 합의금 이야기부터 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