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고소했는데…피의자 시간끌기에 두 번 우는 피해자
강간 고소했는데…피의자 시간끌기에 두 번 우는 피해자
"수사 지연은 방어권" vs "기다리다 말라죽어"…법률 전문가들의 조언

강간 혐의 피의자가 방어권을 내세워 수사를 지연시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 AI 이미지 생성
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피의자가 두 달 넘게 출석을 미루고, 변호인 의견서 제출에도 한 달을 요구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의자의 합법적 '방어권' 행사가 피해자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과 2차 피해를 안기는 '지연 전술'로 작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의 시간끌기에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고, 법리적으로 무장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출석은 두 달 뒤, 의견서는 또 한 달 뒤에?"
강간 혐의로 상대를 고소한 A씨는 최근 수사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피의자가 고소장 접수 후 두 달이나 출석을 미루다 겨우 경찰서에 나왔고, 이후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하는데 한 달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A씨는 "출석도 2달 미루고, 의견서도 한 달이나 걸리나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수사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주 안에 내라"고 기한을 정했지만, A씨의 불안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수사관이 자신과 피의자를 향해 "두 분 다 좋은 사람"이라고 칭한 데 따라, A씨는 수사관의 중립성에 의구심을 품게 됐다.
'시간끌기'는 전략…"수사관 발언에 흔들리지 말아야"
법률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이 같은 행동이 방어권을 내세운 전형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상훈 변호사는 "피의자 측은 변호인 선임 후 사건 기록 검토와 방어 논리 구성에 시간이 필요하여 출석 및 의견서 제출을 미루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일정 부분 허용되는 절차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시간을 벌며 대응 논리를 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관의 발언 역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조율의 조가연 변호사는 "수사관이 양측 모두를 두고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편을 들겠다는 의미라기보다, 감정적 대립을 자극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혐의 유무를 예단하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원칙적 태도라는 설명이다.
"기다리면 진다"…피해자도 '법리'로 무장해야
전문가들은 상대의 지연 전략에 휘말려 무력하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피해자가 단지 고소장 하나 달랑 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알아서 엄벌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가해자의 조직적인 대응을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가해자는 본인의 혐의를 방어하고 단 1개월이라도 형량을 줄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유리한 양형 사유를 발굴하여 제출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라며 가해자 측의 치밀한 대응을 지적했다. 따라서 피해자 역시 법적 조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격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권 변호사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경찰관에게 수사 촉구서 및 피해자 의견서를 제출하여야,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이런 성범죄 사건의 경우 어느 쪽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라며, 결국 법정에서 신빙성을 얻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