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버린 세입자 탓!"...싱크대 막히자, 집주인 '수리비 나몰라라'
"마라탕 버린 세입자 탓!"...싱크대 막히자, 집주인 '수리비 나몰라라'
입주 일주일 만에 막힌 싱크대 배관
수리기사 "5~7년간 기름으로 막힌 것으로 보여"
"국물 버린 세입자 탓" 집주인 말, 맞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마라탕 국물을 싱크대에 흘려보낸 A씨. 물이 곧장 내려가지 않아 업체를 부르니 수리비 35만 원이 나왔다.
집주인은 국물을 버린 세입자 A씨 잘못이니 전액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장 기사의 말은 달랐다. 배관은 이미 5~7년간 기름으로 막혀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이 집에 이사 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이때 수리비 35만 원을 정말 A씨가 다 내야 할까.
"국물 버린 세입자 탓"…집주인 말이 맞을까
집주인은 국물을 버린 세입자 A씨 잘못이니 "수리비용 전액을 세입자 A씨가 부담하라"고 했다.
원칙을 따지면 이 수리비는 집주인이 부담할 여지가 크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 기간 내내 세입자가 집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한다. 이른바 '수선의무'다.
문제의 배관은 벽이나 바닥에 묻힌 매립 배관이었다. 세입자가 스스로 열어 청소하거나 상태를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이 지점을 판례는 무겁게 본다. 임대차 중 생긴 훼손이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추단된다면 그 보수는 임대인의 의무라는 것이다. 세입자가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책임을 세입자에게 물을 수 없다.
세입자가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책임을 세입자에게 물을 수 없다.
수선의무를 특약으로 세입자에게 넘길 수는 있다. 다만 그 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통상 생길 수 있는 소규모 수선에 그친다.
매립된 배관에 누적된 막힘을 뚫는 작업은 소규모 수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5년 이상 쌓인 배관 내 기름...세입자는 입주한 지 단 7일
한편 A씨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다.
기름 성분이 든 마라탕 국물을 싱크대에 버린 행위는 막힘을 최종적으로 끌어낸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과실상계, 즉 책임 제한 사유가 될 수 있다.
판례는 단순한 부주의라도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됐다면 과실로 참작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A씨는 입주 일주일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5~7년간 쌓인 기름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배관이 막힌 이유는 장기간 기름 때가 방치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세입자가 이미 25만 원 냈다면 돌려받을 수 있나
이 사례의 실제 결말은 '집주인 10만 원, 세입자 25만 원'이었다. 비율로 보면 세입자가 약 70%를 떠안은 셈이다.
배관 막힘의 주된 원인은 임대인의 장기 관리 소홀이다. 세입자의 행위는 부차적이며 촉발적 원인에 그친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수리 비용 중 더 큰 몫을 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매립 배관이라는 성격과 일주일 미만의 입주 기간, 국물 투기라는 세입자의 기여를 종합하면 집주인이 수리 비용 중 더 큰 몫을 지고 A씨는 자신의 기여분만 지는 쪽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 원칙에 가깝다.
이미 25만 원을 냈더라도 그대로 끝나는 건 아니다.
A씨는 먼저 배관 기사의 소견서나 영상 증거를 확보하고 임대인에게 수선의무 이행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
그 뒤 민법 제626조에 따른 필요비 상환이나 손해배상으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몫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