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와보니 천장형 에어컨에 곰팡이 범벅…청소는 집주인이? 세입자가?
이사 와보니 천장형 에어컨에 곰팡이 범벅…청소는 집주인이? 세입자가?
갓 입주한 세입자 "내 잘못 아닌데⋯집주인이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민법상 수선 의무⋯노후 등이 원인이라면, 집주인이 책임져야

곰팡이가 가득 핀 에어컨. 아무리 닦아도 모두 제거하는 게 불가능해 업체를 부르려고 한다. 세입자와 집주인 중 누가 이 비용을 내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올해 초, 한 오피스텔에 월세로 입주한 A씨. 그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풍겨왔다. 즉각 전원을 끄고 내부를 살폈더니 곰팡이투성이였다.
일단 A씨는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최대한 닦아냈다 하지만 A씨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곰팡이가 가득했다. 자신이 할 수 있으면 해보겠지만, 천장에 붙어있는 에어컨이라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도저히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A씨는 집주인 B씨에게 청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B씨는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주겠다"고 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A씨의 요구대로 업체를 불러 청소를 할 거면, A씨가 그 비용을 내라고 했다.
A씨는 당황스럽다. A씨 잘못으로 생긴 곰팡이가 아니고, 에어컨 등 기본 시설은 집주인이 청소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세입자와 집주인. 과연 누구에게 청소 책임이 있는 걸까.
민법에는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수선 의무'가 있다(제623조). 이 조항은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수도나 보일러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이 고장 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세입자에게도 의무가 있다. 동법 제374조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규정돼있다.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여야 한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계약이 끝날 때까지 세입자는 빌린 집을 내 집처럼 관리하고 사용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이번 사안의 경우, 에어컨에 곰팡이가 발생한 원인을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후화 등으로 인해 곰팡이가 생겼다면 집주인, 세입자가 에어컨 청소를 소홀히 하거나 환기를 하지 않아 생긴 거라면 세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A씨의 경우, 이제 갓 입주한 세입자. 에어컨 곰팡이를 A씨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에어컨의 곰팡이가 A씨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아니면, 집주인에게 수선(청소)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