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납치·강간한 스토커, 공포영화 틀고 "저 영화의 살인자를 이해할 수 있다"
30대 여성 납치·강간한 스토커, 공포영화 틀고 "저 영화의 살인자를 이해할 수 있다"
과일 장사하며 알게 된 여성 스토킹
"하루만 데이트하자" 모텔로 유인해 감금
잔혹한 공포영화 보여주며 4차례 강간

스토킹하던 여성을 모텔에 감금하고 협박·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6년과 전자발찌 10년 부착이 선고됐다. /셔터스톡
모텔 방 안,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공포영화가 재생되고 있었다. 남자는 화면을 가리키며 겁에 질려 웅크린 여성에게 속삭였다.
"저 영화의 사람들이 왜 낫을 들고 사람을 죽이는지 아느냐? 강렬한 태양 때문이다. 저런 살인자를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 살인마에 자신을 빙의한 스토커 A씨는 피해자를 심리적 공포로 옭아매고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다.
"딱 하루만 데이트해주면 떠나겠다"
A씨의 범행은 광주 일대에서 트럭 과일 장사를 하며 시작됐다. 그는 종업원으로 고용했던 30대 여성 B씨에게 일방적인 집착을 보였다.
B씨가 남자친구가 있다며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일을 그만두자, A씨의 행동은 스토킹으로 변모했다.
2012년 6월, B씨의 집 근처를 배회하던 A씨는 "딱 하루만 데이트를 해주면 스토커 같은 짓을 그만두겠다"며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네 가족들도 괴롭히겠다"고 협박해 B씨를 억지로 모텔에 투숙시켰다.
공포영화 틀어놓고 "나도 사람 죽일 수 있다"
약속한 하루가 지나고 B씨가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숨겨둔 폭력성을 드러냈다. 그는 목욕 가운 끈으로 B씨의 목을 조르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 듯 위협을 가했다.
무엇보다 B씨를 가장 옭아맨 것은 심리적 공포였다. A씨는 잔혹한 공포영화를 틀어놓고 "저런 살인자를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며 B씨를 정신적으로 압도했다.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에 질려 반항 의지를 잃은 B씨를 상대로, A씨는 입에 담기 힘든 성적 모욕을 퍼부으며 강간을 저질렀다.
도망친 피해자 다시 잡아와 몸에 욕설 낙서… "이건 게임이다"
B씨는 A씨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자신의 집으로 목숨 건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잠에서 깬 A씨는 B씨 집까지 쫓아가 열쇠 수리공을 불러 억지로 문을 따고 침입했다. 택시를 타고 도망치려던 B씨는 끝내 다시 붙잡혀 모텔로 끌려왔다.
다시 모텔에 갇힌 B씨에게 A씨는 더욱 가학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B씨의 옷을 모두 벗긴 뒤, 볼펜으로 허벅지와 배에 욕설을 적었다. A씨는 "네 가족도 괴롭히고 지인들도 전부 괴롭힌다. 지금부터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네가 죽어야 끝난다"며 조롱했다.
B씨는 추가적인 폭행을 막고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포기한 채, 모텔에 갇혀 총 4차례나 성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합의된 관계"라는 황당한 궤변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뻔뻔하게도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고, 모텔 밖으로 나와 식당과 노래방도 다녀왔으니 감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주장을 단호히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한 번 탈출에 실패했고,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해 보이는 피고인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어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뜻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극도의 공포 상태에 놓인 심리적·무형적 장해에 의한 감금 및 강간이 명백히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특히 재판부는 A씨의 범죄 전력을 매섭게 꼬집었다.
A씨는 2000년에도 '뉴질랜드 교포 한의사'를 사칭해 여성을 강간한 전력이 있었고, 이후 강도상해죄로 징역 5년 2개월을 복역한 뒤 출소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누범 기간에 또다시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준 상태에서 강간하여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0년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와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