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2명 케어' 지시, 사망 책임은 요양보호사에게?
'1명이 2명 케어' 지시, 사망 책임은 요양보호사에게?
무리한 지시 속 낙상사고, 4개월 뒤 사망…유가족은 형사 고소

요양보호사가 센터의 '고위험 어르신 2명 동시 송영' 지시를 따르다 낸 낙상 사고로 어르신이 4개월 뒤 사망해 피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요양보호사 아버지가 '1명이 고위험군 어르신 2명을 동시에 송영하라'는 센터의 지시를 따르다가 어르신 낙상사고를 냈다.
4개월 뒤 어르신이 사망하자 유가족은 그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센터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황이 역력한 가운데, 법조계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센터의 구조적 문제가 사고의 본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손은 엘리베이터 문에, 다른 한 손은 어르신에게'…예견된 사고
요양보호사 A씨의 아들은 최근 아버지가 경찰 출석 통보를 받았다며 온라인 상담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혼자서 휠체어를 탄 어르신과 88세 고혈압·치매 어르신 두 명을 동시에 차에 태우는 '송영' 업무를 지시받았다.
엘리베이터에 휠체어를 먼저 태운 뒤,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한 손으로 버튼을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 88세 어르신을 부축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르신이 갑자기 힘이 빠져 주저앉으며 척추 1, 3, 5번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보조 인력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고 4개월 뒤인 2026년 3월, 어르신이 사망하자 유가족은 A씨를 형사 고소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휠체어를 탄 어르신과 낙상 이력이 있는 88세 고위험군 어르신을 요양보호사 1명이 동시에 케어하며 차량에 탑승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입니다. 이를 지시한 센터 송영표를 제출하여, 사고의 근본 원인이 아버님의 부주의가 아닌 센터의 무리한 인력 배치를 통한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있음을 강력히 주장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실제 A씨 측이 확보한 센터의 근무표와 송영표는 보조 인력 없이 A씨 혼자 고위험군 2명을 동시에 송영하라고 지시한 명백한 증거다. 심지어 센터 스스로 어르신이 입소 당시부터 부축이 필요했고, 사건 3개월 전에도 혼자 넘어진 이력이 있다고 인정한 손해사정사 문답서까지 확보된 상태다.
'사망 인과관계'가 최대 쟁점…4개월의 간극과 기저질환
법조 전문가들은 낙상 사고와 4개월 뒤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88세의 초고령에 고혈압과 치매라는 기저질환은 사망의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조율 조가연 변호사는 "사고 후 4개월의 시간 간격, 고령·기저질환, 치료 경과 등을 고려하면서 사망 결과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엄격히 따져지므로, 의무기록·사망진단서·치료 경과를 통해 '낙상이 직접적 사망 원인인지' 다투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윤영석 변호사 역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사망진단서상의 '직접 사인'입니다. 노환, 치매 악화, 고혈압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등 기저질환이 직접 사인이라면 인과관계 단절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법정에서는 낙상이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인지, 아니면 기저질환의 자연스러운 악화나 다른 합병증이 주된 원인이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 조사 대응법..."제 실수입니다"는 절대 금물
모든 법률 전문가들은 첫 경찰 조사의 중요성을 경고하며 진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은 치명적일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조사 시 피해야 할 금지어로 "제가 실수했다, 제 부주의였다, 제 잘못이다, 혼자도 가능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안전수칙을 어겼다, 무조건 죄송하다" 등을 꼽았다.
대신, 조서에는 동시 송영 지시와 인력 부족, 두 손이 필요한 물리적 한계 상황, 어르신의 기존 건강 상태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안팍 오정석 변호사는 "'제 실수입니다' 또는 '제가 부주의했습니다'와 같은 단어는 절대 금물"이라며, 이는 본인의 과실을 100%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신 '센터의 지시에 따라 최선을 다해 보조했으나, 인력 부족으로 물리적 한계 상황이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조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도의적인 안타까움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수사기관의 유도신문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변호사와 동행하여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