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서 미성년자에게 가격 물었다가 경찰서행…만난 적 없는데도 처벌될까요?
랜덤채팅서 미성년자에게 가격 물었다가 경찰서행…만난 적 없는데도 처벌될까요?
'성착취목적대화' 혐의로 조사 통보…'겁주려 했다'는 해명, 법적으로 통할까

아동·청소년에게 성착취를 목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실제 만남이 없었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목적대화등)'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3월 랜덤채팅 앱에서 미성년자에게 만남의 대가를 물어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대화만으로 성범죄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중간 통지'라더니 경찰 출석 요구…기억도 안 나는 3월의 대화
최근 A씨는 국가수사본부로부터 '중간 통지'라는 제목의 알림톡을 받았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목적대화등) 사건과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가 전화를 걸자 경찰 수사관은 지난 3월 A씨가 랜덤채팅 앱에서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만남의 대가를 물으며 제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고 항변하자 수사관은 만났다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임을 인지하고도 가격을 물어본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았다.
A씨는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만약 그랬다면 '어린애가 겁도 없이'라는 생각에 겁을 주려고 무섭게 물어본 뒤 연락을 끊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으로 조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실제 만남 없어도 처벌 가능…'성착취 목적의 대화'가 핵심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만남이 없었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는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하는 대화 자체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실제 만남이나 성관계가 이루어져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미성년자임을 알면서 성착취를 목적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조건을 물어보는 행위 자체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등의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된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A씨의 행위가 "성교행위 등을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대화 자체만으로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겁주려 했다", "기억 안 난다"…섣부른 진술은 '독'
A씨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의도를 추측해 해명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훈계나 경고 목적이었다'는 주장은 객관적 대화 내역에 대가나 조건을 묻는 정황이 명확히 남아있다면 법적으로 정당한 방어논리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유) 랜드마크 오승협 변호사도 "'세상 무서운 걸 알게 하려 했다'는 주장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태림 대구분사무소 주세형 변호사는 "기억이 안 난다면 추측해서 설명하지 말라"며 "나중에 대화 기록과 다를 경우 불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경찰이 이미 채팅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따라서 조사에 앞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조사 일정을 미루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사 기록을 미리 확보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