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는 아이…친권, 넘겨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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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는 아이…친권, 넘겨줄 수 있나요?

2026. 03. 20 09: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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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아이 방임 고민하는 아버지…전문가들 “단순 양도 불가, 입양·후견제 활용해야”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못 키우는 아버지가 조부모에게 친권을 넘기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아이가 저를 아빠라고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6살 아이가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길러 준 할머니를 '엄마'로 부르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경제적 어려움에 아이를 방임하는 건 아닌지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친권을 부모님께 넘겨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 양도'는 불가능하다며, '입양'과 '미성년후견인 선임'이라는 두 가지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아빠 얼굴도 모르고…할머니가 엄마인 줄 아는 6살


올해 6살이 된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은 아버지 A씨에게 있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아이가 함께한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는 태어난 직후 4년간 외갓집에서 자랐고, 2년 전부터는 친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도맡아 키우고 있다.


아이를 다시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아이의 친모였다. 그녀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A씨의 부모님을 찾아와 아이를 맡기고 떠났다. 그 후로 2년, 아이는 할머니를 엄마로 여기며 자랐고, A씨는 아빠라는 사실조차 인식시키지 못했다.


그는 “살면서 아이를 두세 번 남짓 봤다”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제가 아이를 방임하고 있는 거죠”라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A씨의 부모님 역시 손주가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며, A씨에게 친권과 양육권을 넘겨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친권, 부모 고유 권리…조부모에 ‘단순 양도’는 불가”


A씨는 부모님께 친권을 넘겨주는 간단한 절차를 원했지만, 법의 문턱은 높았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현행 민법상 '친권 및 양육권'은 원칙적으로 친생부모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자 의무”라며 “따라서 조부모님께 '단순 양도(변경)'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도 “현행법상 친권과 양육권을 부모가 아닌 조부모에게 직접 이전하는 제도나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인 친권을 제3자에게 임의로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 대안은 '입양'과 '미성년후견'… 차이점은?


그렇다고 방법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조부모가 아이의 합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길, '조부모 입양'과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강민정 변호사는 “단순히 양육권 변경은 안 됩니다. 그러나 미성년 후견 또는 조부모 입양은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첫 번째 대안인 '조부모 입양'은 법적으로 아이의 부모가 완전히 바뀌는 절차다. 강민정 변호사는 “A씨와 부모-자식 관계가 법적으로 종료되고, 조부모가 법적 부모가 되는 것”이라며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매우 어렵고 심사도 상당히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법원 역시 아이의 복리에 긍정적이라면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을 예외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현 조현정 변호사는 “실제 대법원에서도 여러 가지 사정을 살핀 후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대안은 A씨가 친권을 유지하되 조부모를 아이의 법적 보호자로 지정하는 '미성년후견인 선임'이다. 이민철 변호사는 “후견인으로 선임되면 조부모님께서 친권자에 준하는 자격으로 아이의 병원 치료, 통장 개설, 학교 입학 등의 법률행위를 무리 없이 대신하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과 달리 부모-자식 관계는 유지되면서 조부모가 실질적인 양육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이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법원의 최우선 기준은 ‘아이의 행복’


입양이든 후견이든, 법원이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아이의 복리'다. 법무법인 창세 손권 변호사는 “지금 상황은 단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복리’가 기준이 된다”며 “아이가 누구와 사는 것이 안정적인지, 현재 양육 환경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아이가 이미 2년간 조부모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이 법원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법적 보호 관계가 정리되더라도 아버지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강원모 변호사는 “후견이 정해져도 부모의 부양의무(양육비 부담)는 원칙적으로 남을 수 있다”며 조부모가 부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아이의 행복을 위해 어떤 법적 절차를 밟을지, 신중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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