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바라는 거냐?" 직장상사 한마디에 두 번 운 피해자…검찰은 '수사 보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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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바라는 거냐?" 직장상사 한마디에 두 번 운 피해자…검찰은 '수사 보완' 지시

2025. 09. 09 17:0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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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서는 '답안지'…목격자 진술 구체화하고 2차 가해 정황 부각해야 기소 가능"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용기를 내 사과를 요구했다가 되레 모욕적인 말을 듣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검찰은 '수사 보완' 지시를 내렸다. /셔터스톡

'목격자·녹취' 있어도 불기소? 직장내 성추행, '보완수사'가 뒤집을 마지막 기회


"돈을 바라는 거냐?"

수년 전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용기를 내 사과를 요구했다가 되레 모욕적인 말을 듣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검찰의 '수사 보완' 지시에 발이 묶였다.


A씨에게 2~3년 전의 기억은 끔찍한 상처로 남아있다. 당시 직장 상사는 업무 중 A씨의 어깨와 허벅지를 만졌다. 위계가 뚜렷한 직장 내에서 A씨는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올해 4월, A씨는 더 이상 상처를 묻어둘 수 없다고 판단해 가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A씨의 가슴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상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분 나빴다면 사과한다"면서도 "돈을 바라는 거냐"며 A씨를 금품을 노린 사람으로 몰아갔다.


A씨는 이 대화를 녹음했고, 결국 경찰서와 노동청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동료가 경찰 조사에서 증언에 나서주었고, 노동청 조사에서 가해자는 어깨를 만진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갔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검찰이 '불기소, 경찰 수사 보완'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가해자는 이미 변호사를 고용해 방어에 나선 반면, A씨는 국선변호인의 조력만 받고 있어 막막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증거 있는데 왜?'…검찰이 돌려보낸 사건, 무엇이 문제였나


목격자 진술과 가해자의 발언이 담긴 녹취까지 있는데 왜 검찰은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검찰의 '수사 보완' 지시가 사건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조율의 조가연 변호사는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이 아니라 증거 보강이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검찰이 유무죄를 판단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어깨를 만진 것은 해당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하지 않다는 이유로 추행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면 허벅지를 만진 것은 추행이 될 수 있으나 상대방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가해자가 인정한 '어깨 접촉'은 법적으로 추행으로 보기 어렵고, 명백한 추행인 '허벅지 접촉'은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기소를 망설였다는 분석이다.


"보완수사 요구서는 '답안지'"…뒤집기 위한 핵심 전략은?


그렇다면 A씨에게 남은 기회는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보완수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사건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을 통해 검사가 경찰에 내려보낸 '보완수사 요구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요구서에는 검사가 무엇을 의심하고 궁금해하는지가 모두 적혀 있어 '답안지'를 미리 보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 '답안지'를 토대로 증거를 보강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목격자가 당시 장면의 구체적 정황, 피해자의 반응, 이후 심리적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진술하도록 증언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대섭 변호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과한다'는 녹취는, 피해자가 추행 사실을 명확히 제기했음에도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2차 가해를 했다는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그 기록 역시 피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국선' vs '사선'…변호사 조력, 왜 중요한가


가해자가 이미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상황에서, A씨의 법적 조력자인 국선변호인의 역할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국선은 절차적 조력을 주로 하고, 증거 전략이나 적극적 법리 다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법적 방어 논리를 깨고, 흩어진 증거들을 엮어 검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A씨는 목격자 진술과 녹취라는 유리한 증거를 가졌음에도, 시간의 경과와 가해자의 일부 부인이라는 불리한 요소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A씨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자 가장 중요한 시험대다. 수년 만에 꺼낸 용기가 '2차 가해'의 벽에 부딪힌 지금, 법의 저울이 그녀의 상처 입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지는 보완수사 단계에서의 치밀한 대응에 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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