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했는데 왜 조사를 안 하지?"…무관심이 더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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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했는데 왜 조사를 안 하지?"…무관심이 더 무서운 이유

2026. 06. 05 12:0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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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누락으로 보였던 'B사건', 15일 뒤 기소…분리 재판의 함정

범행을 자백했더라도 경찰이 일부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뒤늦게 기소될 경우, 여러 사건을 한번에 재판받아 형량을 줄일 '병합 재판'의 기회를 놓쳐 처벌이 가중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범행을 자백했지만 경찰이 일부 사건을 묻지 않아 안도했다면, 이는 더 큰 형벌로 돌아올 수 있는 위험 신호다.


수사기관의 '무관심'처럼 보였던 사건이 뒤늦게 기소될 경우, 여러 사건을 한 번에 재판받아 형량을 줄일 기회를 놓치고 처벌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한 남성의 사례를 통해 분리·지연되는 수사 절차가 피의자에게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집중 분석했다.


하나의 자백, 세 개의 사건, 그리고 의문의 침묵


사건의 타임라인은 혼란 그 자체다. 한 남성은 4월 11일 C 장소에서, 그리고 같은 달 27일 A와 B 두 장소에서 연달아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A 장소 피해자의 신고로 임의동행된 그는 지구대에서 A와 B 장소의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하지만 며칠 뒤 정식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수사관은 A 장소 사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심지어 조사 막바지에는 잊고 있던 C장소 사건까지 드러나 조사가 추가됐다. 이 과정에서 B장소 사건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침묵은 사건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았다. A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 불과 15일 뒤, 사라진 줄 알았던 B 사건 역시 검찰에 송치돼 A, C 사건과 함께 결국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된 것이다.


'왜 B사건은 조용했나?'…수사 지연의 세 가지 얼굴


변호사들은 수사 절차가 피의자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은 '피해자 특정' 문제다.


이민철 변호사는 "B장소의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거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 및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범죄사실을 특정하기 어려워 기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경찰의 '분리 수사' 관행이다. 김전수 변호사는 "당시 담당 수사관이 배당받은 사건 자체가 A장소와 C장소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보통 신고가 접수된 사건 단위로 조사를 진행하며, 자백으로 드러난 추가 범죄는 별건으로 분리해 후속 조치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CCTV 분석, 참고인 조사 등 추가적인 '증거 확보 시간'이 필요해 수사가 지연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진짜 위험은 '병합 재판' 기회를 놓치는 것


수사 절차가 나뉘어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마주할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병합 재판의 기회 상실'을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한 번의 재판에서 동시에 심판받으면 형량이 조정될 여지가 크지만, 각기 다른 재판으로 나뉘면 전과가 누적되는 효과가 발생해 형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이민철 변호사는 "만약 A와 C 사건의 재판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 B장소의 피해자가 뒤늦게 특정되어 고소를 진행하게 된다면, 기존 사건들과 함께 재판을 받아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별도의 재판을 받아 형벌이 가중될 위험성이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무룡 변호사 역시 "A, C 사건이 이미 법원에 기소된 상태에서 B 사건까지 더해질 경우, 동종 전력이 누적되어 양형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라며 그 위험성을 뒷받침했다.


잠자는 범죄는 없다…'통합 대응'만이 살길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막연한 기다림이 최악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자신의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형사사법포털(KICS) 등을 통해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공선영 변호사는 "B 사건의 정확한 전산상 처분 결과를 확인하고, 수사가 재개될 경우 기소된 사건들과 병합하여 한 번에 재판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방어권 보장에 유리한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사기관이 묻지 않는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흩어져 있는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 종합적으로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만이, 늦춰진 수사라는 '덫'에 걸려 형량이 가중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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