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그냥 가래요" 아청법 자수, 훈방은 종결이 아니다
"경찰이 그냥 가래요" 아청법 자수, 훈방은 종결이 아니다
초범이라 안심? 기록은 남아…변호사들 '시한폭탄' 경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시청 후 자수했다가 훈방 조치돼도 안심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AI 생성 이미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시청한 뒤 죄책감에 경찰서를 찾았다가 “초범이니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면, 이는 가장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
경찰의 훈방 조치를 사건 종결로 오인했다간 ‘시한폭탄’ 같은 자수 기록이 남아, 재범 시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애니메이션은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경찰의 훈방, 믿어도 될까?
최근 한 미성년자는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실을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초범이고 미성년자인데 반성하고 자수를 했다며,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하시고 돌려보냈다"며 안도했다.
이처럼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시키는 것을 '훈방'이라 부른다. 김일권 변호사는 "의뢰인이 미성년자이고 자수하였기 때문에, 훈방 조치로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결코 사건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기록은 남는다…"두 번의 선처는 없다"
경찰의 선처는 면죄부가 아닌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관이 귀하를 돌려보냈다고 해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닙니다"라고 단언하며, "자수 기록은 시스템에 남게 되며, 이후 유사한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전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번 남은 자수 기록은 향후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초범'의 이점을 주장할 수 없게 만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초범으로 자수하고 반성한 점이 고려되어 이번에는 훈방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유사 행위가 적발되면 초범으로 간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섣부른 안심을 경계했다.
"애니는 괜찮다?"…처벌 피할 수 없는 위험한 착각
상담자는 "피해자는 없었고 애니여서 처벌하기 힘들다는데, 진짠가요?"라며 희망을 걸었지만, 이는 법을 오해한 것이다.
현행 아청법은 성착취물 대상을 실제 아동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까지 포함한다. 즉, 가상의 캐릭터라 할지라도 누가 보아도 아동·청소년으로 보인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김경태 변호사는 "아청법은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영상물의 단순 시청이나 소지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방패막이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설픈 자수는 '무효'…"정식 절차 밟아야"
더 큰 문제는 이번 '훈방'이 법적 감경 사유인 '자수'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동현 변호사는 "질문자의 내용만으로 보면 경찰관이 그냥 돌려보낸 것으로 보이므로, 자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라며, "자수를 하면 조사를 하게 되며, 경찰의 송치, 불송치 결정 등 수사기관의 결정이 나와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식 사건으로 접수조차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재용 변호사는 "자수 절차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본건은 자수를 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선처를 구하려면 변호사와 함께 정식으로 자수서를 제출하는 등 명확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섣부른 자기 위안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