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파일까지 뒤진다?”…보호관찰 소년의 ‘휴대폰 검사’ 공포, 어디까지 합법인가
“삭제 파일까지 뒤진다?”…보호관찰 소년의 ‘휴대폰 검사’ 공포, 어디까지 합법인가
법원 ‘휴대폰 검사’ 명령, 포렌식 수준 분석은 ‘권한 남용’ 소지…변호사들 “성인 전자감독 대상자와는 명백히 달라”

보호관찰 소년의 휴대폰 검사는 법원의 구체적인 명령이 없는 한, 삭제 파일 복구 등 포렌식 수준의 분석은 불가능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카메라 촬영 범죄로 보호관찰을 받는 소년의 휴대폰, 보호관찰관이 삭제된 파일까지 복구해 들여다볼 수 있을까?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카찰죄)로 법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 A군. A군에게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주기적으로 보호관찰관에게 휴대폰을 제출해 검사받아야 하는 준수사항이 부과됐다.
A군은 밤잠을 설쳤다. 친구들과 장난삼아 나눈 메시지, 무심코 저장했던 개인적인 사진까지 모두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이미 삭제한 파일까지 복구해 새로운 ‘문제’로 삼는 것은 아닐까?
보호관찰관의 '휴대폰 검사'라는 다섯 글자가 A군에게는 자신의 모든 사생활을 발가벗기는 듯한 공포로 다가왔다.
“단순 검사일 뿐, 포렌식 수사는 선 넘는 것”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의 명령에 단순히 '휴대폰 검사'라고만 명시돼 있다면, 보호관찰관이 포렌식 수준의 분석을 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호관찰관의 휴대폰 검사는 대상자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지도·감독'의 일환일 뿐,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하는 강제수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일반적인 휴대폰 검사는 메시지 확인, 인터넷 사용 기록 점검 등 표면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며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는 포렌식 분석까지 수행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 역시 “소년보호관찰에서의 휴대폰 검사는 현재 저장된 파일, 메시지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국한된다”며 “파일 복구나 심층적인 디지털 포렌식 분석은 일반적인 보호관찰 감독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과수 동원한 ‘디지털 분석’, 소년은 대상 아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협조 디지털 분석’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소년보호관찰과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한다. 법무부가 2023년부터 국과수와 협조해 실시하는 휴대폰 디지털 분석은 ‘성인 전자감독 대상자’, 특히 미성년자 대상 채팅 범죄를 저지른 고위험군에 한정된 특별 조치다.
이는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과 소년법의 기본 취지인 '보호와 교육' 원칙에 따른 해석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카찰죄로 인한 소년보호관찰 대상자에게 성인 범죄자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적용하는 것은 소년법의 기본 취지와 과잉감독 금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인 범죄자 감독의 초점이 ‘재범 방지를 위한 통제’에 맞춰져 있다면, 소년 보호관찰은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즉, 성인 고위험군 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일반 소년보호관찰 대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포렌식까지 하라”…법원의 ‘특별 명령’ 없으면 불법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전경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오율)는 “법원에서 특정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포렌식 수사 등을 구체적으로 명령한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디지털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내리는 ‘특별 명령’에 해당하며,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의 명령서에 ‘삭제 파일 복구’나 ‘디지털 포렌식 분석’과 같은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한, 보호관찰관은 소년의 휴대폰에서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하거나 심층적으로 분석할 권한이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고,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보호관찰 제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만약 보호관찰관이 법적 근거 없이 포렌식 수준의 검사를 시도한다면, 이는 위법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소년의 재기를 도와야 할 보호관찰 제도가 오히려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소년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덫’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