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딥페이크 구매자로 위장해 판매자 잡는다…'위장수사' 독 될까, 약 될까
경찰이 딥페이크 구매자로 위장해 판매자 잡는다…'위장수사' 독 될까, 약 될까
지난해 6월 28일 개정 성폭력처벌법 시행,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도 위장수사 전면 도입…법원의 '깐깐한 문지기' 역할에 쏠린 눈

지난해 6월부터 개정 성폭력처벌법이 시행되어, 경찰이 딥페이크 등 성인 대상 성착취물 범죄에 '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성인판 N번방' 소탕 작전, 위법 논란 넘을까.
경찰이 딥페이크 영상 구매자로 위장해 판매자에게 접근하는 시대가 열렸다. 성인 대상 불법 촬영물과 딥페이크 영상이 판치는 '성인판 N번방' 소탕을 위해 경찰의 '위장수사'가 전면 허용되면서, 그 실효성과 인권 침해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법의 빈틈 노린 '성인판 N번방', 속수무책이었던 경찰
그동안 위장수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범죄자들은 이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피해자가 성인이거나 신원 특정이 어려운 경우, 경찰은 텔레그램 등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 정황을 포착하고도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웠다. 단순 유포자를 넘어 제작·유통 조직의 '몸통'을 추적할 결정적 수단이 없었던 셈이다. 이는 사실상 '성인판 N번방'의 확산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경찰의 새 무기, '신분비공개'와 '신분위장' 수사
상황을 바꾼 것은 2024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다. 이 법은 경찰에게 두 가지 새로운 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첫째는 '신분 비공개 수사'다.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정보통신망에 접속해 범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소극적 방식의 수사다. 이는 범죄 혐의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할 때 상급 경찰관서 책임자의 승인만으로 가능하다.
둘째는 더욱 강력한 '신분 위장 수사'다. 경찰이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문서나 전자기록 등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범죄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적극적 수사 기법이다.
특히 성착취물 판매·광고 등에 대응하기 위해 위장 신분으로 계약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까지 허용된다. 다만, 인권 침해 소지가 큰 만큼 이 수사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다.
판례가 가른 '합법적 함정'과 '위법한 덫'
강력한 수사 기법에는 '함정수사' 논란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우리 법원은 판례를 통해 함정수사의 합법과 위법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이미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기회제공형' 수사는 합법이다. 그러나 본래 범죄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계략이나 유혹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으로 본다.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얻은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칼자루는 사법부의 손에…'깐깐한 문지기' 역할이 관건
결국 위장수사라는 새로운 칼의 향방은 사법부의 손에 달렸다. 법원은 '신분위장수사' 허가 단계에서 수사의 필요성과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수사 방법의 상당성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사전 통제' 역할을 맡는다.
또한, 수사 이후 재판 과정에서는 해당 수사가 '기회제공형'의 범위를 넘어 '범의유발형' 위법수사에 이르지 않았는지 철저히 감독하는 '사후 통제'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강력한 수사 권한이 부여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사회 전체가 지켜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