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글을 본 변호사가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을까?"…지워버린 질문에 대한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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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글을 본 변호사가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을까?"…지워버린 질문에 대한 답변은?

2025. 10. 16 12:3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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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날 신고할까?" 딥페이크 제작자의 질문에 법조계가 답했다. 아청법 무죄 판결의 진짜 의미, 당신이 놓치고 있는 함정은 이것이다.

A씨는 법률상담 플랫폼에 딥페이크 소지 관련 상담글을 올렸다가 불안감 때문에 이를 급히 삭제 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혹시 변호사가 날 신고할까?"…딥페이크 제작자의 '고해성사'와 아청법 무죄 판결의 함정


익명의 질문자 A씨는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법률 상담 플랫폼 '로톡'에 올렸다가 황급히 지워버린 질문 하나 때문이었다.


"아청물(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딥페이크를 유포 없이 제작하고 소지만 해도 문제가 될까요?" 질문의 형식이었지만, 내용은 사실상 범죄에 대한 고해성사에 가까웠다. A씨는 혹시나 자신을 특정할 정보가 조금이라도 섞여 들어갔을까 봐, 자신의 글을 본 익명의 변호사가 자신을 수사기관에 고발할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바쁜 변호사들, 고발할 이유도 시간도 없다"

A씨의 불안에 대해 대부분의 변호사는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변호사는 바쁜 사람들이다. 그런 일에 신경 쓸 시간도 이유도 없다"며 "고소하면 귀한 시간을 잡아먹고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누가 그런 일을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류제형 변호사(서울종합법무법인) 역시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단언하며 A씨를 안심시켰다. 변호사들은 직업윤리상 비밀유지 의무가 있고, 상담 글 하나로 의뢰인을 고발할 현실적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범죄'라면…비밀유지 의무의 예외


하지만 모든 변호사의 의견이 같지는 않았다. 일부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선종 변호사(법무법인 반향)는 "원칙적으로 의뢰인의 비밀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같은 특정 범죄에 대해선 신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특히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법적 답변에 앞서 "정신건강 전문의와의 상담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며 A씨의 상태를 더 깊이 들여다봤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정신적 어려움의 신호일 수 있다며, 법적 문제 해결 이전에 근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아청법 무죄' 판결의 함정, 진짜 처벌은 '이 법'으로


A씨의 질문은 최근 법원의 주요 판결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대법원은 최근 실제 아동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딥페이크' 영상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24도17801). 아청법의 보호 대상은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인데, 딥페이크는 가상의 인물이라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결코 면죄부가 아니다. 법원은 아청법 대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의 칼을 빼 들었다. 이 법은 '실존 인물의 얼굴'을 도용해 성적 허위 영상물을 만든 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타인의 얼굴 등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허위 영상물을 편집·제작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


실제로 한 고등법원은 아청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면서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4노1823). 법의 이름이 달라졌을 뿐, 처벌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법의 빈틈 아닌 '인식의 빈틈'…오해가 부른 비극

결론적으로 A씨가 변호사의 고발을 두려워해야 할 필요성은 작다.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는 그만큼 무겁다. 그러나 그의 질문이 드러낸 진짜 위험은 다른 곳에 있었다. '아청법만 피하면 괜찮다'는 오해 속에 성폭력처벌법이라는 더 촘촘한 그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짜 문제는 법의 빈틈이 아니라,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의 빈틈'이다. 그의 질문은 기술이 만든 새로운 범죄 앞에서 법의 그물망이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 그리고 그 법을 모를 때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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