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로 결론 난 직장 상사의 성범죄…회사 징계 근거로 손해배상소송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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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로 결론 난 직장 상사의 성범죄…회사 징계 근거로 손해배상소송 하고 싶어요

2023. 01. 22 11:0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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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에서 무혐의 처분 나왔어도 민사에선 승소할 수 있어

다만, 큰 실익 없을 수도⋯항고 통해 형사 판단 다시 받아보는 것도 방법

직장 상사에게 성범죄를 당해 회사에 이를 신고한 A씨. 가해자는 내부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형사절차에서는 무혐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직장 상사에게 성범죄를 당해 회사에 이를 신고한 A씨. 곧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가해자는 A씨의 진술과 일부 동료의 증언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가해자는 징계 처분 이후 "억울하다"는 말을 주위에 퍼뜨리며 A씨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은밀한 괴롭힘과 분위기에 결국 A씨는 퇴사를 했다. 하지만 억울했기에, 가해자를 형사 고소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가해자에게 '혐의없음' 처분이 나온 것. 이전에 증언해준 동료들이 가해자에게 회유당한 듯했다.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부담스러웠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 동료들이 원망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의 의견을 구했다.


형사에서 무혐의 처분 나와도, 민사 소송 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이며,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창성의 송태근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무혐의가 나왔다는 게 성추행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민사소송에선 이를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1990년 이래로 대법원은 민사소송 증명 책임에 있어 아래와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의 입증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고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어떠한 결과 발생을 초래하였다고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로 진실성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임이 필요하고 또 그것으로 족하다 할 것이다."


또한, 지난 2021년 대법원 판례도 A씨 사안에 긍정적이다. 성범죄로 인해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은 정학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 성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다281367).


이를 바탕으로 송태근 변호사는 "가해자가 회사 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은 민사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혐의 처분 사유 확인한 뒤⋯항고 등 이의신청하는 것도 방법

다만, 현재 상태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게 실익이 없을 거라고 분석도 있다. 변호사지세훈법률사무소의 지세훈 변호사는 "형사고소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면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큰 액수의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도 "무혐의 처분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가해자의 불법행위(성범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무혐의 처분은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찬 변호사도 비슷한 취지였다. 이에 정찬 변호사는 "무혐의 처분을 조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 '항고'를 진행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항고(抗告)란 검찰의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해 불복하는 절차다. 30일 이내로 해당 검사가 속한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장을 제출하면 된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도 무혐의 처분 사유를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하 변호사는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 상태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후 형사상 이의신청을 할지, 민사상 소를 제기할지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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