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성추행 당했는데…검찰은 왜 수사를 멈췄나?
이웃에 성추행 당했는데…검찰은 왜 수사를 멈췄나?
가해자와 매일 마주치는 공포, 법률 전문가들의 '기소중지' 명쾌한 해법

9살 딸을 둔 여성이 이웃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으나, 검찰이 가해자 소재가 명확함에도 '기소중지' 처분을 내려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9살 딸과 함께 겪는 2차 가해. 이웃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엄마가 "가해자는 버젓이 다니는데, 왜 수사가 멈췄냐?"며 절규했다.
피의자 소재가 명확한데도 검찰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진짜 이유와 피해자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짚어본다.
'하지 말라' 외쳤지만…이웃 부부의 강제추행과 집단폭행
9살 딸을 키우는 A씨의 평범했던 일상은 아파트 이웃에 의해 한순간에 산산조각났다. 같은 아파트 2층에 사는 아이 친구 부부와 술자리를 하던 중, 남편 B씨가 담배를 피우자며 A씨를 밖으로 불러낸 것이 시작이었다.
B씨는 갑자기 A씨의 얼굴을 끌어당기며 입을 맞추려고 시도했다. A씨가 '술에 취해 그러는 것이니 하지 말라'는 취지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술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함께 계단을 오르던 B씨는 다시 한번 강제로 입을 맞추려 달려들었다.
A씨는 B씨를 거세게 밀쳐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B씨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았다. B씨의 아내는 오히려 분노하며 A씨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고, 성추행 가해자인 남편 B씨까지 합세해 A씨를 무차별 가격했다.
지인들의 만류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뒤섞인 아수라장은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끝이 났다. A씨는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사건은 지난 검찰에 송치됐다.
가해자와 매일 마주치는데…날벼락 같은 '기소중지'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으리라 믿었던 A씨는 최근 형사사법포털을 조회하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사건이 '기소중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소중지는 통상 피의자의 행방을 알 수 없을 때 내려지는 처분이다.
하지만 가해자 B씨는 도주하기는커녕 A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매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의자가 행방불명된 것도 아닌데 기소중지인 이유 정확히 아시는 분 계실까요? 소재도 확실한데요? 저는 이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9살 제 아이는 계속 엘리베이터에서 그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대체 왜 기소중지인가요?”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가해자는 버젓이 일상을 살아가는데, 피해자인 자신과 어린 딸은 매일 공포에 떨어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A씨는 무너져 내렸다.
전문가들 “사건 종결 아닌 '일시정지'…사유 확인이 우선”
A씨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기소중지'가 사건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서아람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소중지는 무죄나 사건 종료가 아니라 ‘일시정지 상태’이므로, 사유를 정확히 확인하고 재개를 요청하는 대응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재가 확실한 피의자의 사건이 왜 멈춰 선 것일까? 전문가들이 가장 유력하게 꼽은 이유는 '형사조정' 절차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검찰이 당사자 간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형사조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수사를 일시적으로 멈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감명의 안갑철 변호사는 “보통은 상대가 합의를 위해 형사조정을 신청하게 되면 기소중지가 되고, 형사조정절차에서 합의가 되든 안되든 조정절차가 종료가 되면 다시 사건이 재개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기다리지 말고 행동해야'…수사 재개를 위한 적극적 대응법
전문가들은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가장 먼저 할 일은 담당 검사실에 연락해 기소중지의 정확한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만약 형사조정 때문이라면 '합의 의사가 전혀 없으니 즉시 수사를 재개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가해자가 소환에 불응한 것이 사유라면, A씨가 매일 가해자를 마주친다는 사실을 근거로 수사기관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피의자의 소재가 명확함을 입증하는 서면을 제출하여 조속히 수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정신과 진료 기록, 자녀가 겪는 트라우마 정황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하고,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한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신청하는 것도 시급한 대응 방안으로 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