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모신 손주에 2억 증여…뒤늦게 나타난 자녀들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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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모신 손주에 2억 증여…뒤늦게 나타난 자녀들의 칼날

2026. 05. 18 09:4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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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아끼려…” 가짜 차용증이 낳은 비극, 유류분 전쟁의 서막

5년간 병든 할아버지를 돌본 손자에게 2억 원이 증여되었으나, 세금을 피하려던 가짜 차용증이 문제가 되었다. / AI 생성 이미지

5년간 병상에 누운 할아버지를 홀로 모신 손자. 그에게 2억 원이 증여됐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수년간 왕래조차 없던 자녀들이 나타나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상속 지분, ‘유류분’을 외치며 재산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손자는 조부의 재산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일기장 “이왕 줄 돈, 미련 없이 주었다”


5년 넘게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병간호를 도맡아 온 손자. 할아버지는 사이가 좋지 않아 왕래가 끊긴 5명의 자녀를 대신해 곁을 지켜준 손자가 대견했다.


2023년 2월, 할아버지는 자신의 예금 1억 5천만 원을 손자에게 물려준다는 유언공정증서까지 작성했다.

시간은 흘러 2025년 6월,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부동산 자금 명목으로 총 2억 원을 계좌이체했다.


당시 할아버지는 자필 일기장에 그 마음을 소상히 남겼다. “손자에게 2억을 주기로 한 것이 예금되어 있는데, 이를 손자에게 주면 증여세와 가산세를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고 하여 주었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왕에 주기로 했기에 미련 없이 주었다.”


문제는 손자가 당장의 증여세를 줄이려 2억 원 중 5천만 원만 증여로 신고하고, 나머지 1억 5천만 원은 가짜 차용증을 작성하는 꾀를 낸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고 상속 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그는 이 차용증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직감했다.


“최악의 자충수” 변호사들의 만장일치 경고


손자의 불안한 고민에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가짜 차용증'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할아버지의 자필 일기라는 명백한 증여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허위 차용증은 오히려 주장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차용증의 구조는 실질이 증여임에도 형식을 빌린 것으로서, 상속 분쟁 시 오히려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차용증 구조는 일기장 기재 내용과 충돌하여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2억 전부를 증여로 수정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시는 것이 분명히 옳은 방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바로잡아 분쟁의 빌미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5년의 헌신, 유류분 전쟁의 ‘방패’ 될 수 있나


손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수년간 왕래가 없던 자녀들이 내세우는 '유류분(遺留分)' 카드다.


유류분이란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 지분으로, 고인이 특정인에게 전 재산을 물려줬더라도 다른 상속인들이 자신의 법정상속분 절반(자녀·배우자 기준)까지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변호사들은 손자가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아닌 '제3자'이므로, 상속개시일로부터 1년 안에 받은 증여는 유류분 산정 재산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2억 원이 고스란히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5년간의 헌신적인 부양이 반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손자는 원칙적으로 기여분을 직접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간병·생활지원·재산관리 등을 해왔다면 분쟁 과정에서 형평 요소로 고려될 여지는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증여가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닌, 5년간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였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병원비, 생활비, 간병 기록, 계좌이체 내역, 동거 자료 등은 지금부터 최대한 정리해두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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