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피해 주장 여성, 신고 다음 날 강릉 여행…이 사실, 재판에서 유리한 증거 될까?
강간 피해 주장 여성, 신고 다음 날 강릉 여행…이 사실, 재판에서 유리한 증거 될까?
합의된 스킨십 주장에도 유사강간 혐의 체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정말 억울합니다. 저를 강간범으로 만들고, 그 여성은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강릉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화기애애했던 술자리가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합의하에 이뤄진 스킨십이라 믿었던 남성 A씨는, 상대 여성의 갑작스러운 외침 한마디에 성범죄 혐의 현행범으로 전락했다.
A씨에게 지난 8월 22일 밤은 악몽으로 남았다. 이전에 두 번 만난 적 있던 여성과 신도림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헤어지기 아쉽다는 말에 두 사람은 A씨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A씨는 “집 안에서 스킨십이 있었지만,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적을 깬 건 아래층의 소음 민원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경찰관 두 명이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찰나, 여성은 돌연 “집에 가고 싶어요, 보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이 한마디에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A씨는 8월 23일 새벽 1시 50분경, 그 자리에서 수갑을 차야 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A씨는 상대 여성이 다음 날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 사실을 알고 더 큰 충격에 빠졌다.
합의했다 믿었는데…법의 저울은 왜 다른 곳을 향하나
A씨는 상호 합의가 있었다고 확신하지만, 법의 저울은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강제성’ 여부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기 때문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상호 동의하에 스킨십만 있었더라도 상대방이 돌연 신고한 이상, 수사기관은 강제성 여부와 진술의 일관성, 정황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유사강간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무법인 한설 이종윤 변호사는 “유사강간죄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매우 중한 범죄”라며 “사건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수사가 시작된 단계이므로 즉시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CCTV·메시지, 무죄 조각들을 맞춰라
변호사들은 ‘억울하다’는 감정적 호소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거를 통해 A씨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법인 대온 신동우 변호사는 “A씨가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당일 문자·통화기록, 택시 영수증, 건물·엘리베이터 CCTV, 목격자 진술 등 초기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건 전 과정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도 핵심이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조대진 변호사는 “A씨는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집에 방문했다는 점, 성적 접촉 과정에서 상대방의 동의 표현이나 행동이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진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대 여성이 신고 다음 날 여행을 간 정황 역시 A씨에겐 중요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리온 장승우 변호사는 “신고 다음날 여행을 간 사실 등을 토대로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깨는 등 구체적인 소명을 통해 무혐의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연락은 2차 가해…최악의 행동
억울한 마음에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오히려 덫에 걸릴 수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상대 여성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꼽았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혼자서 대응하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진술의 신빙성 다툼이 핵심”이라며 “초기 단계에서 섣불리 혼자 대응하기보다 변호인 선임을 통해 조서 작성부터 신중히 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첫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재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