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합의금 천만원? “진짜 지옥은 따로 있다”
명의도용 합의금 천만원? “진짜 지옥은 따로 있다”
벌금 200만원인데 합의금 1000만원 요구…더 큰 문제는 ‘마약’

타인 명의로 다이어트 약을 처방 받은 A씨에게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다이어트약을 처방받았다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송치될 위기에 놓인 A씨. 피해자는 법정 최고형을 운운하며 합의금으로 1천만 원을 요구했다. 예상 벌금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금이 과도하다”며 거절할 것을 조언하면서,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고 경고했다. 바로 처방받은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천만 원짜리 합의서가 아닌 진심 어린 반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벌금의 5배” 터무니없는 합의금 요구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다이어트약을 처방받다가 적발된 A씨.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를 앞두고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벌금이 2천만 원이니 절반인 천만 원은 내라”는 황당한 요구였다.
A씨가 100만 원을 제시하며 사죄했지만, 피해자는 단호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요구가 상식을 벗어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상대방이 합의금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면 차라리 벌금형 처벌을 받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처벌 수위도 피해자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벌금은 일반적으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로 판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 역시 “주민등록법 위반만으로는 벌금 100만~200만 원 정도 예상된다”며 과도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진짜 문제는 ‘다이어트 약’…주민등록법 위반은 서막
변호사들이 1천만 원 합의를 만류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A씨가 처방받은 다이어트 약이 ‘마약류’일 가능성이다. 이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마약 사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신우 이진영 변호사는 “펜디라정이나 디에타민 등과 같은 다이어트약은 의사의 진료 없이는 처방 받을 수 없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라며 “이를 부정한 방법을 통해 구한 경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에 따라 처벌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향정 사건은 주민등록법 위반 사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다”고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김전수 변호사 또한 “본인이 처방받은 약물이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 약일 경우, 마약류관리법위반에 해당하여 이 부분이 크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은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합의는 필요하나…” 전문가들이 제시한 진짜 해법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 곳을 향했다. 과도한 합의금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더 큰 처벌 가능성에 대비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다.
마약범죄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합의는 필요하나, 과도한 합의금 지출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합의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무리한 금액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는 “초기 단계부터 성실한 조사 협조와 깊은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약류 관련 수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 역시 “진정성 있는 반성문을 준비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양형 판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천만 원짜리 합의금보다 진심이 담긴 반성문과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이 A씨를 구원할 열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