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안 둔다" 협박에 PTSD…'분노표현'이라던 경찰 판단 뒤집힐까
"가만 안 둔다" 협박에 PTSD…'분노표현'이라던 경찰 판단 뒤집힐까
스토킹 불송치에 이의신청한 피해자, '정신적 상해' 진단서로 반격

경찰이 스토킹·보복 협박을 '단순 분노'로 불송치하자 피해자가 PTSD 진단서로 이의 제기했다. / AI 생성 이미지
"네가 신고하다니 가만 안 둔다"는 협박이 단순 분노 표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스토킹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서라는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었다. 정신과 진료 이력조차 없던 피해자의 상해가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입증,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를 끌어낼 수 있을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린다.
"단순 분노 표현일 뿐"...경찰 불송치에 스러진 피해자
피해자 A씨의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욕설과 함께 집을 찾아오는 등 7건의 스토킹 행위. 경찰에 신고하자 돌아온 것은 "네가 신고하다니 가만 안 둔다. 두고 보자"는 식의 끔찍한 보복 협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의 행위를 '단순 분노 표현'이라며 스토킹과 보복 협박 혐의 모두 불송치(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음) 결정을 내렸다.
평생 정신과에 가 본 적 없던 A씨는 결국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고 3개월 이상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됐다. A씨는 "스토킹이나 협박이 없었다면 정신과에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며 검찰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한 장의 진단서, '판'을 뒤흔들 결정적 증거 될까
법조 전문가들은 A씨가 받은 PTSD 진단서가 불송치 결정을 뒤집을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진단서는 피해자의 공포심과 정신적 손상, 범행과의 인과관계를 보강하는 자료가 되어 검사의 보완수사 필요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AK 하동균 변호사 역시 "PTSD 진단은 해당 행위로 인해 실제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며 "기존 불송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실행 의사 없는 분노 표현'으로 치부한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상해'를 입혔다는 객관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 협박 넘어 '치상'으로...상해죄 인정 가능성
PTSD 진단은 단순히 혐의를 입증하는 것을 넘어, 죄명을 '보복협박치상'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강남 류재연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상해'는 신체의 완전성이 침해되거나 정신적 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경우를 포함한다"며 "정신과 치료 이력이 없던 질문자님이 사건 후 3개월 이상 진료를 받고 있다는 점은 범죄혐의 입증에 유리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즉, 가해자의 협박이 피해자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 협박죄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로 이어진다.
"진단서만 내지 마라"...승소 확률 높이는 '전략적 제출'
변호사들은 그러나 진단서 한 장만 덜렁 제출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단순 의견서보다 ‘증거의 보강과 구조화’가 핵심"이라며 "반복적 연락과 방문, 욕설, 신고 이후의 발언 흐름과 함께 제시돼야 피해의 심각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도 "진단서와 기존 행위를 연결해 ‘왜 범죄가 되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초진기록, 3개월간의 치료 내역, 약 처방 기록, 사건 전후의 증상 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변호인 의견서 형태로 제출해, 스토킹 행위와 보복 협박, 그리고 PTSD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사가 명확히 인지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