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보다 강력하고 유연하다? 복잡한 상속 문제의 새 해법 '유언대용신탁' 주목
유언장보다 강력하고 유연하다? 복잡한 상속 문제의 새 해법 '유언대용신탁' 주목
상속 분쟁 막을 대안으로 떠올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일찍이 아내와 사별하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다 재혼한 60대 남성 A씨. 그는 최근 환갑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재혼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이 새엄마와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자신의 사후에 남겨질 상가 건물을 두고 가족 간 상속 전쟁이 벌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A씨가 찾은 해법은 '유언대용신탁'이었다. 생전에는 자신이 임대료를 받다가, 사후에는 은행이 건물을 팔아 그 대금을 딸에게 주는 방식이다. 상속 분쟁, 이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재혼 가정의 상속 고민과 이에 대한 법적 해법인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다뤘다.
유언장보다 강력하고 유연한 '유언대용신탁'
A씨가 주목한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을 가진 사람(위탁자)이 금융기관 등(수탁자)과 신탁 계약을 맺고, 생전에는 본인이 수익을 누리다가 사망 시 미리 정해둔 사람(수익자)에게 재산을 넘기는 제도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우진서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유언대용신탁은 유언 기능을 대신하면서도 계약 형식을 띠는 제도"라며 "수익자 범위나 지급 시기, 관리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어 상속 구조가 복잡한 경우 많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유언과 가장 큰 차이점은 효력과 유연성이다. 자필 유언장은 작성 날짜, 주소, 날인 등 법적 요건이 하나라도 빠지면 종이 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사망 후 법원의 검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계약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법원의 검인이 필요 없다. 우 변호사는 "사망 후 법원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상속 개시 직후 분쟁으로 재산이 묶이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전에 언제든 내용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어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건물 팔아서 현금으로 주면 '취득세' 없다?
A씨의 계획대로 상가 건물을 직접 물려주는 대신, 사후에 이를 처분해 매각 대금을 딸에게 준다면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될까.
부동산을 상속받으면 보통 상속세와 별도로 취득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A씨의 방식이라면 딸은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우 변호사는 "부동산 신탁의 경우 수탁자(신탁회사)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된다"며 "이 사안의 경우 딸은 부동산 자체가 아닌 처분 대금의 수익권만 취득하기에 취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받은 현금에 대한 상속세는 당연히 납부해야 한다.
완벽해 보이는 신탁, '유류분' 소송 피할 수 있나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다른 상속인(재혼 배우자, 아들)이 "내 몫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거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이는 장담할 수 없다.
상속에서 배제된 유족들이 최소한의 몫을 요구하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쟁점이다. 신탁된 재산이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우 변호사는 "하급심 판례 중에는 신탁 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금융기관)에게 넘어갔으므로 유류분 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본 판례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인증여(사망을 원인으로 한 증여)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아 유류분 청구 대상이 된다고 본 판례도 있어 혼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의 추세는 유류분 인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우 변호사는 "최근 판결은 신탁 재산도 유류분 산정 기초 재산에 포함하는 추세"라며 "기본적으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신탁 계약 체결 후 1년이 훨씬 지나 사망한 경우라면 다른 상속인들이 유류분을 받아내기 위해선 악의를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