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력자 해외취업, '신고의 늪'에 빠진 인생 2막
성범죄 전력자 해외취업, '신고의 늪'에 빠진 인생 2막
해외 이사·이직 때마다 한국 신고?…현실과 동떨어진 법, '사전 조율'만이 해법이라는 전문가들

성범죄 전력자가 해외 취업 후 거주지 변경 시 30일 내 신고해야 하는 비현실적 법 조항이 사회 복귀를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성범죄 전력으로 해외 취업에 성공한 A씨, 하지만 해외에서 이사할 때마다 한국에 신고해야 하는 법 조항에 인생 2막의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성범죄 전력으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 A씨는 최근 해외 취업에 성공하며 인생 2막의 부푼 꿈을 안았다. 그러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과거의 잘못이 아닌, 현실적으로 지키기 불가능에 가까운 법 조항이었다.
해외에서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30일 안에 한국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에 A씨는 "신고의 늪에 빠진 기분"이라며 망연자실했다.
해외 이사했는데 한국 경찰서에 신고?…세 갈래 '신고 족쇄'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에게 복잡한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 문제는 해외 장기 체류 시 이 조항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족쇄'가 된다는 점이다. 신고 의무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출국 전 신고'다. 6개월 이상 국외에 머물 경우, 출국하기 전 관할 경찰서에 체류할 국가와 기간 등을 미리 신고해야 한다. A씨는 당장 출국 신고서에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입국 예정일'을 적어내야 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둘째, '귀국 후 신고'다. 해외 체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14일 이내에 입국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잠시 가족을 보기 위해 한국에 들를 때마다 매번 신고해야 하는지 등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셋째, 가장 큰 난관인 '해외 체류 중 변경 신고'다. 해외에 사는 동안 거주지나 직장, 차량 정보 등이 바뀌면 그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변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A씨는 "해외에서 이사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마다 한국에 와서 신고해야 하는 것이냐"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단 경찰서부터 가세요"…변호사들이 내놓은 유일한 현실 해법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고민이 법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모든 변호사가 '사전 협의'를 유일한 현실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출국 전 관할경찰서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온라인 신고나 국내 가족을 통한 대리신고 등 현실적인 신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 역시 "경찰과 협의해 신고 절차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담당자와의 조율이 순탄치 않을 경우, 더 적극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과 조율이 여의치 않으면 변호사 조력 하에 소관 부처인 법무부의 유권해석(법령 해석에 대한 권한 있는 기관의 판단)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범 막겠다며 새 출발 막는 법…'땜질 처방' 넘어선 해법 찾아야
A씨의 사례는 성범죄자 재범 방지라는 공익과 개인의 사회 복귀 및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법의 엄격한 잣대가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개인의 상황에 따른 '사전 조율'이라는 임시방편, 즉 '땜질 처방'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나 명확한 시행령 마련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 당국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법 집행과 함께, 입법부의 세심한 후속 조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