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길 안 터준 순찰차…위급 산모·태아 사망, 경찰에 어떤 책임 물을 수 있나
구급차 길 안 터준 순찰차…위급 산모·태아 사망, 경찰에 어떤 책임 물을 수 있나
도로교통법 위반은 명백
업무상과실치사 성립 여부는 '인과관계'가 핵심

구급차가 지나가던 당시 순찰차 영상. 중앙화면이 순찰차 전면, 우측상단이 후면 카메라, 우측하단이 실내 카메라(전방)다. /연합뉴스
위급한 산모를 태운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양보를 요청했지만, 앞을 가로막은 순찰차는 정차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산모와 태아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찰차 운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부산 서구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산모를 이송하던 구급차는 빨간불에 1차로에 멈춰 선 순찰차 뒤에 막혔다. 구급차는 사이렌과 방송으로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지만 순찰차는 반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구급차를 인지한 시간이 2~3초로 짧았고, 좌측에 중앙분리대, 우측에 대형 버스가 있어 피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2차로에 있던 관광버스가 차선을 변경해 길을 비켜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순찰차 운전자의 법적 책임…도로교통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우선 순찰차 운전자는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 책임을 질 수 있다.
현행법 제29조는 모든 운전자가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가 접근할 경우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 사안의 구급차는 위급한 산모를 이송하며 사이렌을 울렸으므로 명백한 긴급자동차였다. 이를 위반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
더 무거운 책임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형법 제268조)다. 순찰차 운전자는 운전을 업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이다. 긴급차 양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산모와 태아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인과관계다. 순찰차의 양보 지연이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과실이 없었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 과실과 사망의 원인 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2. 4. 9. 선고 2001도6601 판결).
만약 경찰의 주장대로 지연 시간이 2~3초에 불과했고, 이미 산모의 상태가 병원에 빨리 도착했어도 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법원은 "비록 생존가능성이 낮았더라도 심폐소생술 등으로 그 생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한"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부산지방법원 2014. 5. 15. 선고 2013고단8270 판결). 결국 순찰차로 인한 골든타임 지연이 산모의 생존 가능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이다.
유족의 책임 추궁…형사 고소 및 국가배상 청구
산모와 태아의 유족은 순찰차 운전자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먼저, 유족은 순찰차 운전자를 도로교통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
손해배상은 운전자 개인이 아닌 국가를 상대로 청구하게 된다. 경찰공무원은 직무 집행 중이었으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적용된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 유족은 치료비, 장례비 등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