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상사는 승진, 피해자는 해고…회사가 저버린 직원의 눈물
성추행 상사는 승진, 피해자는 해고…회사가 저버린 직원의 눈물
회식 자리 성추행 피해 알리자 '경영상 문제'로 해고 통보…법조계 "명백한 2차 가해, 회사도 민·형사 책임 피하기 어려워"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백한 직장인 A씨. 회사는 가해자를 승진시키고 오히려 피해자인 A씨를 해고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성추행 피해를 고백하자, 회사는 가해자를 승진시키고 저를 해고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A씨의 용기 있는 고백은 배신으로 돌아왔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겪은 끔찍한 성추행을 회사에 알렸지만, 가해자는 버젓이 승진했고 A씨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가 조직의 외면 속에 어떻게 2차 가해에 노출되는지, 그 처절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뒤에서 껴안고 배를 만져"…예비신부에게 닥친 악몽
사건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의 회식 자리에서 벌어졌다. 부장인 B씨는 다른 테이블에 있던 A씨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뒤에서 껴안고 배를 만지는 등 끔찍한 추행을 반복했다. 결혼 준비로 술을 마시지 않던 A씨에게 B씨는 "부장이 주는 술을 안 먹겠다는 거냐"며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술을 강요했다.
추행은 집요했다. A씨가 젓가락질하는 손을 덥석 잡고 또다시 배를 만졌다. 악몽은 퇴근 후에도 이어졌다. B씨는 밤늦게 6~7통씩 전화를 걸어오는 등 A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무릎 꿇던 상사는 '승진', 용기 낸 피해자는 '해고'
A씨는 수개월을 고통 속에 보내다 팀 상무에게 모든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보고를 받은 B씨는 A씨 앞에 무릎까지 꿇으며 사죄했다.
하지만 회사의 공식적인 조치는 가해자를 다른 팀으로 보내는 '팀 변경'이 전부였다. 심지어 이 중대한 사안은 대표이사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비극은 그 후에 시작됐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B씨는 얼마 뒤 보란 듯이 승진했고, 모든 것을 감내하며 회사에 남으려 했던 A씨에게는 '경영상 문제'라는 황당한 이유가 적힌 해고 통보서가 날아들었다. A씨는 현재 노무사를 선임해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밟으며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섣부른 합의 요구는 금물"…변호사들이 '고소'부터 하라는 이유
A씨는 가해자 B씨를 고소하기 전, 법률 전문가들에게 합의 가능성을 물었다.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형법상 '강제추행' 또는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섣부른 합의 시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안영림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오히려 '공갈' 혐의로 역고소당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반드시 정식 고소를 통해 수사기관의 틀 안에서 안전하게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소장이 접수되어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라야 피해자가 유리한 위치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직접 마주하는 과정에서 겪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를 통한 법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성추행 묵인' 회사, 책임 없나?…'사용자 책임'의 무게
이번 사건의 칼날은 가해자 개인을 넘어 회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회사가 지체 없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가해자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특히 피해를 주장한 직원에게 해고와 같은 불리한 처우를 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A씨의 경우, 회사가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가해자를 승진시키고 피해자를 해고한 만큼, 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묻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부당해고' 소송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민사, 형사, 노무 문제가 모두 얽힌 복합적인 사안"이라며 "혼자 대응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