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 파열, 3주 진단인데 상해죄가 아니라고요?"
"인대 파열, 3주 진단인데 상해죄가 아니라고요?"
병원 한 번 갔다는 이유로 상해죄 기각 위기…전문가들 "명백한 법리 오해"

폭행으로 인대가 파열돼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 방문 1회를 이유로 수사기관이 상해죄 적용을 거부했다. / AI 생성 이미지
폭행으로 인대가 파열돼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음에도, 단 한 번의 병원 방문을 이유로 수사기관이 상해죄 적용에 난색을 표해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병원 방문 횟수가 아닌 상해의 실질적 정도가 핵심이라며, 수사기관이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진료 기록 등 추가 증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대 끊어지고 정신과 치료까지…'상해죄 불가' 통보에 망연자실
폭행 피해자 A씨는 가해자들로부터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사건 다음 날 병원을 찾은 그는 '전치 3주'가 명시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고, 붕대와 약물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사는 추가로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폭행의 상처는 몸에만 남지 않았다. A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3개월간 정신과를 다니며 약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희망을 안고 상해 진단서와 정신과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담당 형사로부터 정형외과를 한 번밖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해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은 것이다.
A씨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치게 했는데 이게 상해죄가 성립이 안 되나요?"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 한 번'이 상해죄 기준? 법조계 "명백한 법리 오해"
법률 전문가들은 병원 방문 횟수만으로 상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법리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상해죄의 핵심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상처가 극히 경미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상해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정형외과 병원 방문이 1회뿐이었다면 법적으로 이를 상해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신적 고통도 겪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건 당시의 상황 및 후유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방문 횟수라는 형식보다 피해의 실질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판례는 '방문 횟수' 아닌 '상해 정도'를 본다
수사기관의 판단과 달리, 법원은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진단 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가깝고 ▲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으며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의 주장과 일치할 경우 유력한 증거로 본다(대법원 2010도12728 판결).
A씨는 폭행 바로 다음 날 병원을 찾았고 '인대 손상'이라는 구체적인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병원을 따로 올 필요가 없다"고 한 것 역시 상해가 가벼워서가 아니라, 초기 치료가 제대로 이뤄졌고 추가 처치가 불필요한 상태였음을 시사할 수 있다. 이는 병원 방문 횟수가 상해죄 성립의 필수 요건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억울함을 풀려면? "정신과 기록·추가 소견서로 적극 대응"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상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추가 자료 제출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담당 의사에게 인대 손상의 정도와 치료 필요성에 대한 추가 소견서를 요청하고, 약 처방전이나 영수증 등 객관적 자료를 보강하는 것이 좋다. 특히 3개월간의 정신과 진료 기록은 폭행으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열의 황성하 변호사는 형사 절차와 별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별개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만약 수사기관의 판단이 바뀌지 않는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이의신청이나 항고를 통해 불복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하는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