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덥석 잡은 손, 교사는 정신과로…'추행'인가 '괴롭힘'인가
교장이 덥석 잡은 손, 교사는 정신과로…'추행'인가 '괴롭힘'인가
업무 갈등 중 불쾌한 신체 접촉…'적응장애' 진단에 법조계 갑론을박

늘봄학교 운영 갈등 중 교장이 화해를 청하며 교사 A씨의 손을 반복해서 잡았다. / AI 생성 이미지
늘봄학교 운영을 두고 벌어진 의견 갈등 끝에 교장이 화해를 청하며 교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불쾌한 기색에 손을 뿌리쳤지만, 교장은 다시 손을 잡고 말을 이어갔다.
이 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은 교사. 과연 교장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인 '강제추행'일까,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갈등 그만" 교장이 덥석 잡은 손…거부해도 또다시
A교사와 교장의 의견 갈등은 교감의 중재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A교사는 11월 1일 아침, 교장의 방안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교감에게 전달했다.
그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A교사를 교장이 불렀다.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다가가자 교장은 갑자기 두 손으로 A교사의 오른손을 잡으며 “이제 갈등은 그만하자”는 취지의 말을 시작했다.
A교사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빼자, 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손을 잡으며 1분가량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이 장면은 행정실장이 목격했으며, 관련 진술이 담긴 녹음 파일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쾌했다' 메시지에 돌아온 침묵…깊어지는 마음의 병
A교사는 주말 내내 고심하다 11월 4일, 교장에게 교내 메시지를 보냈다. ‘교장선생님의 업무 지시는 정당했으나, 내 손을 잡은 건 불쾌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교장은 직접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대신, 또다시 교감을 통해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결국 A교사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는 교감의 설득에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쾌감과 모욕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A교사의 고통은 커져만 갔고, 결국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진단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였다.
A교사는 자신의 고통이 업무 갈등이 아닌,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과 거부 의사에도 반복된 행위, 그리고 사과하지 않는 교장의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게 됐다.
법조계 격론…"명백한 추행" vs "99%는 무혐의"
법률 전문가들은 교장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를 두고는 첨예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김일권 변호사는 "A씨가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 교장이 한번 더 반복해서 손을 잡은 것은 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라고 단언했다. 안영림 변호사 역시 "A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손을 잡은 행위만으로도 강제추행죄는 성립합니다"라며 고소를 조언했다.
반면, 조기현 변호사는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닌 손을 잡은 것, 팔을 잡은 것, 머리를 만진 것 등으로 강제추행이나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신고, 고소되는 사건 중 99%는 불입건, 불송치, 불기소 종결됩니다"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민경철 변호사도 "결론적으로 추행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피의자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대응에 앞서 행정실장의 목격 진술과 녹음, 정신과 진단서 등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교육청 신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다양한 구제 절차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