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재산, 이혼한 아버지 빼고 어머니께만… 유언장 써도 소용없을까요?
7억 재산, 이혼한 아버지 빼고 어머니께만… 유언장 써도 소용없을까요?
친부의 법정 상속분 1/6, 약 1억원 이상은 '유류분' 주장 가능…'양육 의무' 안 지켰다면 막을 수도

이혼 후 관계가 단절된 아버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유언장이 필수다. 그러나 유언을 남겨도 아버지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약 7억 원의 금융재산과 기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이혼 후 관계가 단절된 친아버지에게는 재산을 한 푼도 물려주고 싶지 않다.
A씨의 바람은 오직 어머니에게 모든 재산을 남기고,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경우 그 재산이 형제자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뜻을 법적으로 확실히 하기 위해 유언을 준비하려는 A씨.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현될 수 있을까?
유언 없으면 재산 절반은 아버지 몫…'이혼'과 '상속권'은 별개
만약 A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사망한다면, 재산의 절반은 원치 않게 친아버지에게 돌아간다. A씨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어 법정상속 1순위는 부모(직계존속)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에스 조수영 변호사는 "현재 혼인하지 않았고 자녀가 없다는 전제라면, 아무런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어머니와 친아버지가 같은 순위의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이혼했더라도 법적인 친자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상속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아버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반드시 유언을 남겨야 한다.
가장 확실한 '공증 유언', 하지만 '유류분'은 걸림돌
변호사들은 A씨의 의사를 가장 확실하게 반영할 방법으로 '유언공정증서' 작성을 한 목소리로 추천했다. 공증인이 직접 관여해 법적 요건을 갖춰 작성하므로, 나중에 유언의 효력을 다투거나 위조·분실될 위험이 적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장 확실하다"며 "공증인이 직접 작성에 관여하므로 방식 하자로 인한 무효 가능성이 낮고, 법적 분쟁 발생 시 증거력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언장으로도 완전히 막기 힘든 권리가 있다. 바로 '유류분'이다.
유류분은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뜻한다. 유언으로 상속에서 배제되더라도, 직계존속인 아버지는 자신의 법정상속분(1/2)의 3분의 1, 즉 전체 재산의 1/6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다감 황준웅 변호사는 "친아버지의 유류분 비율은 전체 재산의 6분의 1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의뢰인 사후에 친아버지가 재산을 물려받은 어머니 또는 형제자매를 상대로 전체 재산 7억 원 중 6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법적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A씨의 재산이 7억 원이므로 약 1억 1600만 원 이상을 아버지가 요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양의무 저버린 부모' 유류분 못 받게 되나
과거에는 유류분 청구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판단과 법 개정 움직임으로 변화가 생겼다. 부모로서 의무를 현저히 저버린 경우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2024년 헌법재판소의 민법 제1112조 등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위반했거나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한 유족에 대해서는 유류분 상실 사유를 인정하도록 민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아버지가 과거 A씨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유류분 청구를 막아낼 길이 열린 셈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친부의 과거 부양의무 불이행 등 유류분 상실을 주장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미리 확보하고, 이를 유언장과 함께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비 상속인' 지정하고 '분쟁'에 대비해야
결론적으로 A씨의 뜻을 최대한 이루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어머니가 먼저 사망하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는 "유언장에는 어머니를 1순위 수증자로, 어머니가 먼저 사망하거나 수증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하여 형제자매를 예비적 수증자로 명시하는 조항을 함께 넣으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동시에 아버지의 유류분 청구에 대비해 부양의무 불이행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 역시 "현행법 및 판례상 패륜 행위(장기간 양육 의무 방치 등)가 명백히 입증되어 상속회유/상속상실 선고를 받지 않는 이상 유류분 자체를 완전히 사전 봉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만큼, 철저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유언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유언집행자'로 지정해 두는 것도 분쟁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