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시세 70%라 안전하다더니…" 3억 부풀린 중개사 말에 전세금 날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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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시세 70%라 안전하다더니…" 3억 부풀린 중개사 말에 전세금 날릴 위기

2025. 09. 09 11:3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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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선순위 보증금 누락은 중대 과실, 시세 과장도 책임 근거... 손해액 40~50% 배상 가능성"

선순위 보증금을 대폭 축소하고 건물 시세를 부풀린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계약한 세입자 A씨가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공인중개사가 선순위 보증금을 3억 원 넘게 축소하고 건물 시세를 부풀려 "안전하다"고 한 말만 믿고 계약한 세입자가 전세금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처했다.


A씨는 전세 계약을 위해 찾은 공인중개사로부터 한 다가구주택을 추천받았다. 중개사는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이 건물은 시세가 35억에서 40억 이상 나간다. 근저당이 18억,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선순위 보증금이 약 9억 원이니 다 합쳐도 27억이다. 시세의 70% 수준이라 보증금 떼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전문가의 확신에 찬 설명과 중개대상물확인서에 찍힌 '선순위보증금 약 9억'이라는 글자를 믿고 A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경매 위기 앞에서 A씨가 받아든 진실은 '안전'이 아닌 '배신'이었다. 중개사가 '약 9억'이라던 선순위 보증금은 12억 8천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고, '40억'을 장담하던 건물은 법원에서 32억 원짜리로 평가됐다. 그가 믿었던 '안전선 70%'는 사실상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위험선 96%'였던 것이다.


'단순 실수'라기엔 너무 큰 3억…법의 심판대 오른 '선순위 보증금'


법률 전문가들은 선순위 보증금 액수를 실제와 다르게 고지한 것은 공인중개사의 가장 중대한 의무 위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정보이기 때문이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선순위보증금은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핵심 사항"이라며 "실제보다 적게 기재한 것 자체가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고, 단순한 오차로 치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아람 변호사(서아람 법률사무소) 역시 "3억 원이라는 금액은 보증금의 안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금액이므로,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볼 여지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원은 임대인의 말만 믿고 정보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고 설명했어야 할 중개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무겁게 본다.


"시세 40억"은 단순 의견 아닌 '기망 행위'…96% 위험률 숨겼다


중개사가 시세를 부풀려 설명하며 안전성을 강조한 행위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 의견 제시'가 아닌, 계약 체결을 유도하기 위한 '신뢰 유발 발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중개사는 담보 비율이 70% 이내라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96%를 초과하는 극히 위험한 상태였다"며 "이는 임차인을 기망한(속인) 수준에 가까운 명백한 과실"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법원 감정가(32억)를 기준으로 하면 근저당(18억)과 실제 선순위 보증금(12억 8천)의 합은 30억 8천만 원으로, 담보 비율이 96%에 달한다. 이는 공인중개사법상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전액 배상'은 어렵다…법원이 '임차인 과실' 묻는 이유


A씨는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손해액 전부를 인정해 줄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통상 임차인에게도 계약 전 권리관계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수진 변호사(더든든 법률사무소)는 "법원은 중개인의 설명·확인의무 위반을 인정하면 보통 피해액의 40~50% 내외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변호사(법무법인 인화) 역시 "임차인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법원이 인정하지는 않으며, 임차인의 과실비율이 감안돼 손해배상비율이 감축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송에 앞서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 합의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숨은 무책임한 한마디가 한 세입자의 전 재산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A씨의 기나긴 법적 다툼은 비단 그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설마' 하는 안일함이 어떤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날카로운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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