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내 몸에 기구 넣고 '미안'…1년 후 처벌될까
잠든 내 몸에 기구 넣고 '미안'…1년 후 처벌될까
다음날 합의 성관계·1년간의 사과, 법의 심판은?

호감남의 집에서 만취해 잠든 사이 성인용품으로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1년 만에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호감남의 집에서 만취해 잠들었다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여성. '미안하다'며 1년간 매달리던 남성의 이중성에 분노가 폭발했다.
사건 발생 1년, 뒤늦게나마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사후 정황 증거'가 결정적이라며, 형사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섣부른 합의 시도는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자는 동안 했던 짓, 더는 하지 마"…1년 묵힌 악몽
사건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호감을 갖고 만나던 남성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만취해 의식을 잃고 잠들었다.
잠결에 느낀 끔찍한 이물감에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남성이 자신의 몸에 성인용품을 삽입하고 있었다.
A씨는 "너무 놀랍고 당혹스러웠으며, 위생 문제나 성병 감염에 대한 공포로 기구를 멀리 던지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새벽 시간, 상대의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느낀 공포와 향후 업무적으로 얽힐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A씨는 "'내가 자는 동안 했던 행위는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경고만 한 채 상황을 넘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복잡한 심경 속에서 다음 날 아침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후 남성은 1년 넘게 "미안하다"며 만남을 요구하는 연락을 지속했고, 최근 A씨가 "경찰에 신고 안 한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라"고 일갈하자 그제야 물러섰다.
"다음날 합의 성관계, 이전 범죄 용서한 것 아냐"
전문가들은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벌어진 행위에 대해 '준유사강간' 또는 '준강제추행'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준유사강간죄는 벌금형이 없는 범죄로, 유죄 확정 시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무거운 범죄"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A씨가 만취해 잠든, 법적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으로,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고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A씨를 가장 괴롭혔던 '다음 날 아침의 합의 성관계'에 대해,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이전 범죄의 성립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이후 합의하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앞선 행위의 위법성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진열 변호사 역시 "성적 행위 각각에 대한 동의는 엄격히 별개로 판단한다"며, 아침의 합의가 잠든 사이의 가해 행위까지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1년간의 '미안하다' 메시지, 결정적 증거 될까
시간이 흘러 직접적인 물증 확보가 어려운 이 사건에서, 승패를 가를 열쇠는 바로 '간접 증거'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상대방이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발언이 기록에 남아 있는지에 따라 수사 및 처벌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가해자가 1년 넘게 보낸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만남을 요구한 기록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장우진 변호사는 상대방이 보낸 사과 연락은 물론, A씨가 경찰 신고를 언급했을 때 보인 반응 역시 사실 인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모든 대화 내역 보존을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 역시 "주고받은 모든 연락 내용을 즉시 캡처해 보존하시기 바란다"며 증거 확보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고소 취소' 합의금 요구는 금물…'전략적 대응'이 관건
A씨는 형사 처벌과 함께 '합의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고소 이후 상대방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 상황에서 합의를 진행하면 합의금을 상향할 수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의금에 대한 섣부른 접근을 경계했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초기부터 금전 요구 중심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협박이나 공갈 프레임으로 역이용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했다.
따라서 개인이 직접 합의를 시도하기보다는, 형사 고소를 통해 가해자를 압박하고 법적 절차 내에서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법무법인 에이케이 하동균 변호사는 "현재 상황은 늦은 고소 시점과 복합적인 정황들로 인해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변호사의 조력을 통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최종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