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 나는 밤, '성추행했다'는 지인…덜컥 보낸 사과, 자백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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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나는 밤, '성추행했다'는 지인…덜컥 보낸 사과, 자백 될까?

2026. 08. 24 09:1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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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후 500만원 합의금 요구…범행 주장 시각 직전 카톡·동거인 증언은 증거 될까

술자리 후 지인에게 성추행 혐의를 받게 된 남성 A씨. 과음으로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보낸 사과 메시지가 자백 증거가 될지 우려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자신의 집에서 잠들었다. 다음 날, 함께 있던 여성 지인 B씨로부터 '새벽에 나를 성추행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과음으로 기억이 전혀 없는 A씨는 당황해 사과 메시지를 보냈지만, B씨는 5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억나지 않는 행동 때문에 처벌받게 될까. 섣부른 사과가 되레 발목을 잡는 '자백'이 되는 것은 아닐까?


술자리 후 날아온 성추행 주장과 '500만원'


A씨는 여성 지인 B씨, 남성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집에서 3차 술자리를 가졌다. 이후 B씨는 A씨의 침대에서, A씨는 같은 방 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문제는 다음 날 터졌다. B씨가 카카오톡으로 “새벽 2시 30분에서 3시 사이, 당신이 내 귀에 스킨십을 하고 가슴을 만졌으며,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음으로 당시 기억이 전혀 없던 A씨는 당황한 나머지 우선 사과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B씨는 신고 대신 금전 합의를 제안했고, A씨가 분쟁을 정리하려 100만원을 제시하자 최소 500만원을 요구했다.


당황해서 보낸 사과, '자백'의 증거 될까


A씨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섣불리 보낸 사과 메시지다. 변호사들은 이 메시지가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쓰일 수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사과 메시지와 100만원 합의 제안 정황은 수사기관에서 자백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과가 곧바로 범행 자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았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사과 메시지는 자백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라며 "수사기관은 그 메시지를 사실 자체를 인정한 것으로 볼지, 상황을 정리하려는 취지의 유감 표명으로 볼지를 문언과 전후 맥락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판례상 사과가 곧 자백은 아니며 당황한 상황에서 보낸 추상적 표현이라는 점, 구체적 범행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범행 주장 시각 직전 '알리바이', 법적 효력은


A씨에게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도 있다. B씨가 범행 시각으로 지목한 새벽 2시 30분 직전까지 다른 행동을 한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A씨는 새벽 1시 56분경 단체 카톡방에 '씻고 잔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새벽 2시 15분경에는 동거인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했다. 당시 동거인은 A씨가 '자다 깬 얼굴'이었다고 기억했다.


변호사들은 이 증거들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혐의 시간대가 02:30~03:00으로 특정되어 있는 만큼, 02:15에 동거인과 대면했다는 객관적 정황은 행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혐의를 완전히 벗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해당 증거들이 당시 상태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으나, 이후 시간대의 행위 여부를 직접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고 짚었다.


혐의 인정 안 하고 '합의'만 할 수 있나


변호사들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쟁 종결을 목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합의서 문구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유한)주원 성재환 변호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제안'이라는 취지로 변호사를 통해 합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문구는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는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에스씨 조승연 변호사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쟁 종결을 위한 합의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행위를 사실인 것처럼 인정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보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상대가 요구하는 500만원에 반드시 응할 의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A씨의 행위는 상대방의 수면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 혐의가 문제 될 수 있다.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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