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니 건물주…0세 아기에게 1억 증여, 어디까지 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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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니 건물주…0세 아기에게 1억 증여, 어디까지 합법일까?

2025. 09. 04 14:3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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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자체는 합법

세금 회피 위한 명의신탁·이해상반행위는 불법 소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0세 증여는 734건·671억, 1인당 평균 9,141만원이었다. /셔터스톡

갓 태어난 0세 아기들이 지난해 1인당 평균 1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금수저를 물려주는 것을 넘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치밀한 장기 계획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0세에게 이뤄진 증여는 총 734건, 671억 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9141만 원을 받은 셈이다. 이 중에는 토지 20건, 건물이 12건 포함돼, 말 그대로 '0세 건물주'가 탄생한 셈이다.


절세와 시간…0세 증여의 두 얼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녀에게 거액을 증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세'다. 한 번에 거액을 상속할 때 발생하는 높은 세율의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다. 자산을 여러 번에 걸쳐 장기간 쪼개서 증여하면 전체 세금 부담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마법이 더해진다. 일찍 증여할수록 자산이 불어날 시간이 길어진다. 0세 때 증여받은 주식이나 부동산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십 년간 가치가 상승할 잠재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10년간 2000만 원, 비과세 한도의 비밀

이러한 조기 증여 전략의 핵심에는 증여세 공제 한도가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미성년자는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10년간 2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 성인 공제 한도인 5000만 원보다는 적지만, 이를 최대한 일찍부터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0세에 2000만 원, 10세에 2000만 원을 증여하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총 4000만 원을 비과세로 넘겨줄 수 있다. 이 돈을 주식 등에 투자해 불어난 수익에 대해서는 추가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평균 1억 증여, '편법' 의심받는 이유

문제는 지난해 0세 증여액 평균이 비과세 한도(2000만 원)를 4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9141만 원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 절세를 넘어선 편법이나 우회 증여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적으로 의심되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실질과세의 원칙 위반

세법은 서류상의 명의가 아닌, 실질적으로 누가 그 재산을 지배하고 이익을 얻는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만약 부모가 0세 자녀 명의로 건물을 사들인 뒤 임대료 등 모든 수익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면, 이는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 아닌 부모의 차명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해상반행위 문제

부모(친권자)는 자녀의 재산을 자녀의 이익을 위해서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부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녀 명의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행위(이해상반행위)를 하려면 법원에 특별대리인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이를 어긴 법률행위는 무효가 될 수 있다.


0세 건물주, 어디까지 합법인가

미성년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민법상으로도 권리만을 얻는 행위는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투명성'과 '목적'에 달려있다.


합법적인 증여

비과세 한도(2000만 원) 내에서 증여하거나,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정직하게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또한 그 재산을 자녀의 교육비나 미래 자금 등 명백히 자녀의 이익을 위해 관리하고 운용한다면 합법적인 자산 이전으로 볼 수 있다.


불법·편법 증여

증여 사실을 숨기거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자녀 명의의 통장을 부모가 마음대로 사용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0세 아기가 건물주가 되더라도 임대료 수입에 대한 소득세 신고·납부 의무는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이행해야 하며, 이를 부모의 생활비로 사용하면 증여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박성훈 의원은 "어린 자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꼼수·편법 증여나 탈세 행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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