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성추행 신고했는데…'고소도 해야 하나요?' 피해자 울리는 법률 용어
버스 성추행 신고했는데…'고소도 해야 하나요?' 피해자 울리는 법률 용어
'신고'와 '고소'의 차이부터 변호사 선임 시점까지…성범죄 피해 후 겪는 법적 혼란에 전문가들이 답했다.

성범죄 피해 시 '신고'로 수사는 개시되지만, 절차적 권리 보장을 위해 '고소장' 제출이 유리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성범죄 피해, '신고'만 하면 끝?…'고소장'과 '변호사 선임'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
버스 성추행을 당한 A씨는 용기 내 경찰에 '신고'했지만 감감무소식. 일주일째 범인이 잡히지 않자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혹시 내가 고소장을 따로 안 내서 수사가 멈춘 건 아닐까?'
'신고'만으로도 충분…경찰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A씨처럼 성범죄 피해 후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신고'와 '고소'라는 낯선 법률 용어다. 범죄 사실을 알리는 행위인 '신고'와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인 '고소'는 법적으로 구분된다. 이 미묘한 차이가 피해자에게는 "내가 무언가 절차를 빠뜨린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A씨의 질문에 "별도로 고소할 필요는 없다"고 답한다. 성추행은 피해자의 고소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는 '비친고죄(非親告罪)'이기 때문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서에 진술서를 작성하고 피해 사실을 알린 것은 실질적인 고소로 볼 수 있다"며 "별도의 고소장 제출 없이도 수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신고만으로도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다"고 덧붙이며, 추가적인 서류 작업이 필수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고소장의 힘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고소장 제출'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소장을 내고 '고소인' 신분을 확보하면, 수사 진행 상황을 통지받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항고할 수 있는 등 절차적 권리가 더 확실히 보장되기 때문이다.
안영림 변호사는 "고소인으로 취급되는 편이 여러 절차적인 면에서 좋다"며 "지금이라도 고소장을 제출해 고소사건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형사고소장을 정식으로 접수시켜 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골든타임'이냐 '비용 부담'이냐…변호사 선임, 최적 시점은?
"범인도 잡히지 않은 상황, 변호사 선임은 너무 이른 고민일까?"
이 역시 피해자들이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변호사들은 '가능한 한 빨리' 선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고, 증거 확보, 2차 피해 방지 등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변호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선임하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보호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광우 변호사는 "미리 변호사를 선임해두면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거나 속도를 재촉하는 효과가 있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서초동의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일단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수사 추이를 지켜보다가, 가해자가 특정되고 합의나 재판 등 복잡한 절차가 예상될 때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선임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지적이다.
비용 부담이 크다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기억해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무료로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담당 경찰관에게 요청하면 쉽게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종합한 A씨는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그녀는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해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신고만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권리를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