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때렸으니 쌍방폭행?”…뺨 한 대에 돌아온 감금과 휴대폰 검열
“먼저 때렸으니 쌍방폭행?”…뺨 한 대에 돌아온 감금과 휴대폰 검열
법원, 폭행 순서보다 '무게' 본다…상해진단서가 판세 뒤집는 '결정적 카드'

법은 폭행 순서가 아닌 '불법의 무게'를 따진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그럼 한번 때려봐."
이별을 통보하자 돌아온 남자친구 B씨의 도발. A씨가 그의 뺨을 때린 것은 그 후였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시뻘겋게 피멍이 든 손목과 강제로 잠금이 해제된 휴대폰, 그리고 '내가 먼저 때렸다'는 족쇄였다.
뺨 한 대의 대가로 감금과 무자비한 폭력, ‘휴대폰 검열’까지 당한 A씨. 법은 이 사건을 ‘쌍방폭행’으로 볼까?
전문가들은 폭행의 순서가 아닌 ‘불법의 무게’가 중요하며, A씨가 이 굴레에서 벗어날 결정적 방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때려봐” 도발에 넘어갔다면?…오히려 상대의 ‘정당방위’를 막는다
A씨의 가장 큰 불안감은 '내가 먼저 때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법의 판단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법은 '누가 먼저 때렸는가'라는 순서가 아닌, '폭력의 질과 무게'를 본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B씨가 “때려보라”며 폭행을 유도한 정황은 오히려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법적으로 스스로 위험을 초래한 ‘자초위난(自招危難)’의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B씨가 먼저 공격을 유발했으므로, A씨의 뺨 한 대에 대한 B씨의 후속 폭력은 방어 행위가 아닌 보복이나 공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즉, B씨의 도발은 스스로 정당방위의 길을 막아버린 셈이다.
휴대폰 검열은 ‘2단계 범죄’…“남의 집 문 따고 일기장 훔쳐본 격”
전문가들은 B씨의 행위가 단순 폭행을 넘어선 복합 범죄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휴대폰을 빼앗아 들여다본 행위는 남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무단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뒤, 그 안에서 일기장까지 몰래 훔쳐보는 것과 같은 2단계 범죄에 해당한다.
한 변호사는 “타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눌러 스마트폰에 접속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침입 자체로 이미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휴대폰 속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짚었다. 결국 B씨는 A씨의 뺨 한 대에 대해 불법감금, 상해, 그리고 정보통신망 침입과 개인정보 무단 열람이라는 최소 4개의 범죄 혐의로 맞서게 된 셈이다.
‘쌍방폭행’이라는 죄는 없다…법전에 없는 말에 속지 마라
'쌍방폭행'이라는 말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이는 법전에 나오는 죄명이 아니라, 양측 모두 폭력에 가담했을 때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실무상 용어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쌍방폭행은 두 개의 독립된 폭행 사건을 의미할 뿐, 두 사람의 처벌 수위가 같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A씨가 B씨의 뺨을 때린 폭행 사건과, B씨가 A씨를 감금하고 상해를 입힌 사건을 별개로 보고 각각의 불법성 무게를 따져 판단하게 된다.
변호사들은 이 불리한 판을 뒤집을 핵심 열쇠로 만장일치 '상해진단서'를 꼽았다.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다. 쌍방폭행 사건이 서로 처벌을 원치 않아 '없던 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정석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덕승재)는 “손목 제압으로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으면, 혐의는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죄'로 전환된다”고 강조했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A씨가 합의해주더라도 B씨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해진단서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 B씨는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A씨의 '처벌불원 의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절실해진다. 합의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피해자인 A씨에게 넘어오는 것이다. 이 한 장의 서류가 A씨를 '명백한 범죄 피해자'로, B씨를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에 매달려야 하는 피의자'로 만드는 결정적 무기가 된다.
결국 법의 저울은 폭행의 순서가 아닌 ‘불법의 무게’를 잰다. 뺨 한 대와 감금·상해는 결코 같은 무게일 수 없다.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다면, 섣부른 자책감에 '쌍방'이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대신 ①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서를 확보하고,
② 상대의 도발과 폭행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뒤,
③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상해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를 검토하는 것이 억울함을 푸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상해진단서’ 한 장이 당신을 ‘가해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명백한 피해자’로 만들어 줄 가장 강력한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