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은 명예훼손 아니다"
대법원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은 명예훼손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1심 무죄 → 항소심 유죄 → 대법원에서 다시 무죄로⋯엎치락뒤치락했던 재판 경과
대법원 "고영주의 발언은 사실도, 허위 사실도 아닌 개인의 생각일 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적 인물에 대한 개인의 정치적 의견 표출에, 법원이 개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도 함께였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일까, 아닐까.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대법원(주심 대법관 안철상)은 해당 발언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그리고 유죄를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개인의 정치적 의견일 뿐, 사법부가 죄를 물어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법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자제론에 무게를 두고 무죄를 선고한 1심과 같은 맥락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한 보수단체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 문제의 발언을 꺼냈다.
당시 고 전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하면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가 공산주의 운동인 '부림사건'(부산 학림 사건) 변호도 맡았었다"면서 "검찰 재직 당시 부림사건 수사를 맡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그로부터 2년 뒤 첫 재판이 열렸다.
1심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정치적 발언에 대한 판단은 법정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 개인의 정치적 이념에 따른 발언일 뿐"이라고 봤다.

반면, 항소심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1심의 판결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 부장판사)는 "우리나라의 동족상잔과 이념 갈등의 현실에 비춰 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 자체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1심과 달리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의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라며,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단에 힘을 실었다. 그간 우리 법원이 유지해왔던 명예훼손죄 관련 법리를 그대로 따른 결과였다.
❶ '사실'이 아닌 '가치판단'이나 '평가'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❷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이날 대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은 사실을 말한 것도, 허위의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다"라며 "공적 인물을 향한 정치적 평가는 사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산주의자'라는 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 말이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예훼손이 되는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선고 직후 대법원 관계자 역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적시'는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며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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